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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막기 위한 새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주민번호는 그간 개인 식별수단으로 편리하게 사용돼 왔지만 그만큼 안전장치가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정보화 사회에 걸맞게 개인정보의 보안성이 강화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주민번호는 우리 일상생활의 일부나 마찬가지다. 제도 변경으로 시행 초기 국민들의 불편과 혼선이 걱정이다. 정부는 철저한 사전 준비작업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새 제도는 주민번호 수집을 엄격히 제한하고 처벌규정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그간 기업의 편의나 영리 목적의 주민번호 수집에 별다른 제약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대부분의 경우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금융거래와 병원 진료, 통신서비스 가입 같은 일부 업무에만 주민번호가 허용된다. 보관 중인 주민번호도 2년 안에 폐기해야 한다. 대신 휴대전화·공인인증서나 13자리 식별번호인 ‘마이핀’을 이용토록 했다. 주민번호를 불법으로 수집하면 최고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적법하게 수집했더라도 유출됐을 경우엔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개인정보 유출은 주민등록번호가 주범' 팻말을 들고 있는 경실련 회원 _ 연합뉴스


제도 변경으로 개인이나 기업 모두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당장 주민번호 수집이 어떤 경우에 허용되는지에 대한 규정이 애매하다. 병원만 보더라도 진료나 진단서 발급 때는 허용되지만 진료 예약 때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전화로 예약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예약하러 병원에 직접 가야 할지 모른다. 은행도 금융거래 외에 고객관리를 목적으로 한 주민번호 수집은 불가능하다. 대체수단으로 마이핀이라는 개인 식별번호가 주어지지만 이용자가 별로 없는 게 문제다. 13자리의 새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 번거로움에다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노령층은 발급받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새 제도가 정착되려면 정부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요건이다. 제도의 취지가 좋더라도 사용자가 불편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6개월의 계도기간 중 드러난 문제점을 바로잡고 보다 편리한 대체수단이 없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기업도 불만만 늘어놓을 게 아니라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게 누구 책임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고 보안의식을 강화하지 않으면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차제에 주민번호 수집 관행을 보다 엄격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 대체수단이 충분한데도 여전히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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