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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이 이틀째 상대를 위협하는 언사를 주고받았다. 김락겸 북한 전략군사령관은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케트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그는 화성-12형이 “일본의 상공을 통과해 괌도 주변 30~40㎞ 해상 수역에 탄착되게 될 것”이라며 이달 중순까지 방안을 최종 완성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담당 전략군사령관이 직접 나서 선전포고하듯이 괌 공격의 절차와 좌표, 시점을 공개한 것이다. 북한이 단순 엄포로 끝낼지, 실제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도발적 태도는 놀랍지 않지만 구체적인 군사 계획까지 공개하며 위협한 것은 도를 한참 넘은 것이다. 북한은 핵을 완성하면 핵보유국 대접을 받고 경제 부흥을 이룰 수 있다고 볼지 몰라도 어림없는 일이다. 오히려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국가로 낙인찍혀 국제사회로부터 영원히 제재만 받게 될 것이다. 군사 도발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국도 초강경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러나 막말을 쏟아내는 북한과 입씨름하며 세월을 보내는 것은 백해무익한 일이다.

출처: 경향신문DB

북·미 간 도발적 발언으로 한반도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끌려가고 있다. 최악의 언어로 상대를 자극하며 위기를 증폭시키는 이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제동을 걸지 않으면 우발적 사건이 무력충돌로 번질 수도 있다. 자칫 이번 사태가 군사적 대응으로 비화되면 한반도에 재앙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뿐 아니라 세계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반도 문제를 넘어 세계적 분쟁으로 확산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위기가 도리어 기회일 수 있다. 한반도 문제는 위기지수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극적으로 타결된 적이 적지 않다. 푸에블로호 나포사건과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제1차 북핵 위기가 대표적 사례이다. 모두 북한과 미국이 충돌의 당사자였고, 갈등이 증폭되면서 무력충돌 직전까지 가는 위기로 발전했지만 최후의 순간에 대화로 극적 전환을 이뤘다. 무력충돌이 누구에게도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다.

이번 위기 조성에는 미국과 북한 모두에 책임이 있다. 결국 두 당사자가 어떤 형태로든지 타협하거나 합의하지 않으면 당면한 위기 상황을 해소할 수 없다. 양국은 말폭탄을 통한 ‘위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외교적 해결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이 괌 포위공격 방안의 완성시점을 이달 중순까지로 밝힌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때까지 답변하라고 미국에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마침 중국과 러시아가 긴장상황 타개를 위해 북·미 사이의 중재 용의를 시사했다. 미국이 진정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당장 북한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북한에 쏠 테면 쏴보라는 식의 만용은 재앙을 부를 뿐이다. 미국은 국면 전환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북·미 갈등에서 한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자포자기한 채 미국과 함께 대북 공세로만 일관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막후에서 남북 접촉도 하고 미국과 타협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는 전쟁이냐, 대화냐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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