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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이틀간 취업 준비생 수십만명이 금융 공공기관과 대기업 입사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시험장으로 급히 이동하는 진풍경은 올해도 재연됐다. 한 수험생은 “1년간 열심히 준비했는데 부모님께 좋은 결과를 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게 모든 취업준비생들의 한결같은 소망일 것이다.
잊힐 만하면 터져 나오는 고용세습, 채용비리는 이런 소망을 짓밟고, 취업준비생에게 무자비한 테러를 가한 것과 같다. 서울교통공사, 인천공항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등에서 정규직 전환 때 재직자의 친·인척을 포함시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교통공사의 경우 평균 연봉 6791만원에, 평생 서울 근무가 보장된다. 그래서 555명을 뽑는 올 하반기 공채에 3만여명의 지원자가 몰린 곳이다. 어쩌면 지금까지 드러난 공기업 고용세습·비리 의혹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바늘구멍만 한 취업문을 뚫기 위해 애쓰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에겐 일자리 약탈 행위요, 가장 먼저 청산돼야 할 적폐 중의 적폐다.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에 대해 다른 야당과 공동으로 국정조사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공공기관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고용비리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먼저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채용비리 의혹은 불리하다고 감추거나, 유리하다고 떠벌리는 등의 정치적 셈법으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올 초 불거진 강원랜드와 금융권 채용비리 의혹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고,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당시 한국당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여당의 국정조사·특검 요구를 거부했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은 곤란하다. 필요하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되풀이되는 공공기관의 부조리 실태를 파헤치고 그 뿌리를 뽑는 일이지, 무슨 호재라도 잡은 양 정치공세나 정략적으로 활용할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뿌리가 깊다. 채용비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칙과 특권을 상징하는 반사회적 범죄다. 청년들에게 박탈, 좌절, 분노를 줄 뿐 아니라 절망으로 몰아넣고 있다. 채용비리를 뿌리 뽑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현대판 ‘음서제’ 격인 고용특혜는 이와 거꾸로 가는 구태다. 청년들은 과연 지금 우리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로운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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