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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부터 현장투표 결과 유출 파문으로 시끄럽다. 민주당은 총 경선 선거인단 214만명 중 지역투표소 선거를 택한 29만여명을 대상으로 22일 현장투표를 실시했다. 투표소는 전국 250곳에 설치됐다. 이날 5만2886명이 투표에 참가했다. 각 후보 진영은 개표 결과를 밀봉해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보관하고, 오는 27일부터 실시될 권역별 투표 결과 발표 때 함께 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공개돼서는 안될 결과가 미리 새나간 것이다. 한심한 일이다.
유출은 예견된 일이었다. 개표는 당일 하되 결과 발표는 뒤로 미루는 방식 때문이다. 투표소마다 후보별 참관인들이 1명씩 배치돼 개표 결과를 두 눈 뜨고 지켜봤는데, 이를 캠프에 보고하지 않으리라 기대한 것은 참으로 순진한 생각이다. 아예 개표를 권역별 투표 날로 미루든지, 개표했다면 곧바로 공개하는 게 순리였다. 결국 신사협정은 무시되고, 관리 능력도 없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는 ‘3무(無) 경선’ 모습만 드러내고 말았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2일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전국 동시 현장투표 마감 후 서울시의회 별관 투표소에서 개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경선후보 측 참관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뜩이나 비방과 흠집 내기, 네거티브 공방으로 진흙탕 싸움 양상을 보이던 민주당 경선은 이번 유출사태로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를 지켜보는 지지자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은 5년 전 108만명의 두 배에 달한다. 헌정사상 한 정당의 경선에 200만명 넘는 시민이 참여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조기 대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열기, 특히 야당에 대한 열망과 기대가 뜨겁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선 수준은 이런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당이 집권하면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한숨마저 나올 정도다.
현재 민주당 경선후보들의 지지율은 다른 당 후보들을 압도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안희정·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60%가 넘는다. 경선이 곧 본선이란 인식 때문인지 축제의 장은 갈수록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소신을 넘어 인신공격으로 번지는 갈등은 정책과 비전 경쟁은 뒷전에 둔 채 또 새로운 비난으로 맞서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고서야 경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경선 이후에 온전히 한 팀이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이제라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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