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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대학 입시를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 등 3가지로 단순화하겠다는 교육 공약을 내놓았다. 수시모집 비중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고 했다. 현재의 입시가 너무 복잡해 수험생 혼란이 크고 일선 고교에서 진학 지도의 어려움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지만 입시 제도 변경은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
입시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한 사람이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은 손해를 본다. 입시를 바꾸면 몇 가지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 수시 비중 축소로 수능 중심의 정시 비중이 늘어나면 지난 몇 년간 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 확대로 거둔 고교교육 정상화 등의 효과는 줄고 재수생 증가나 교육 획일화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초·중·고교의 예체능 교육을 강화해 대학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공약도 재고가 필요하다. 사교육 증가와 평가의 공정성 논란으로 음악·미술·체육 과목의 내신 반영을 축소·폐지한 것이 불과 십수년 전의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경선후보가 21일 서울 상암동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학 입시는 필요악의 성격이 강하다. 인재 선발과 엘리트 양성 차원에서 이른바 명문대학은 존재해야 하고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특목고와 자사고 진학을 위한 고교 입시는 ‘불필요한 악’이다. 초·중학생들을 선행학습 경쟁으로 내몰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고교 평준화의 기반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설립 취지와 어긋나게 운영되는 특목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문 후보의 공약은 득이 실보다 크다고 볼 수 있다. 고입 경쟁이 사라지면 학생들은 학습 부담이 줄고 부모는 사교육비 고통을 덜 수 있다. 평준화의 단점은 수준별 맞춤형 수업 등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
대선후보 입장에서 입시는 유권자들의 환심을 얻고 교육개혁도 이룰 수 있는 좋은 재료다. 작은 것에도 수백억·수천억원이 들어가는 복지 정책과 비교하면 입시 정책에는 돈 한 푼 들어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입시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조변석개를 거듭했지만 실제 교육이 나아진 것은 없다. 오히려 정부와 공교육의 권위가 추락하고 사교육시장만 키웠을 뿐이다. 교육에도 돈이 들어가야 한다. 문 후보의 표현대로 ‘부모의 지갑 두께가 자녀의 학벌과 직업을 결정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 소외 계층에 직접적인 지원을 늘리고, 공교육 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정공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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