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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이 3주째를 넘어선 어제 서울 지하철 1호선에서 열차 고장으로 1시간30분 동안 인천 방면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열차의 기관사와 차장은 모두 대체인력이었다. 이들은 승객들이 임의로 고장난 열차 출입문을 열고 하차하는 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코레일이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미숙련 대체인력으로 무리하게 열차 운행을 강행하면서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철도노조가 지난달 27일 파업에 돌입한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의 열차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차장이 출입문 조작을 미숙하게 한 결과, 승객 2명이 팔목과 어깨가 끼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3일에는 스크린도어가 열리지 않은 상태에서 전동차 문이 닫히면서 승객들이 중간에 끼인 채 전동차가 1~2칸 정도 움직이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17일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열차 출입문 고장으로 운행이 중단돼 승객들이 승강장에서 열차가 운행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께 코레일 소속의 인천행 열차가 종로3가역에서 출입문 표시등 점등불능 등 고장을 일으켜 멈춰섰다. 정지윤기자

다행히 지금까지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대로라면 대형사고 발생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차량은 정비 매뉴얼을 어기고 2만㎞ 이상 무정비 상태로 운행하면서 바퀴가 손상됐다는 보고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은 노조와 대화를 통해 열차 운행을 정상화하기는커녕 거꾸로 대체인력 투입 증가를 통해 평상시 수준의 운행률 맞추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코레일은 이번주에 이미 선발한 대체인력 중 540명을 운행에 투입할 계획이다. 코레일이 확보한 대체인력 중에는 단기 교육을 마친 대학생들도 있다. 2013년 철도파업 당시 80대 노인이 사고로 숨진 후 코레일은 ‘대학생은 대체인력으로 쓰지 않겠다’고 해놓고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1000만 승객 안전을 고작 32~100시간 남짓 운행교육을 받은 대학생에게 맡겨도 괜찮다는 발상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코레일이 무모하게 대체인력 투입을 강행하는 이유는 청와대와 정부가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관철을 위해 노조와의 대화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성과연봉제가 중요하더라도 정부의 기본 책무는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다. 더구나 정부 스스로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고 해놓고 불법적인 대체인력 투입을 고수하는 것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정부는 안전을 위협하는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하고 당장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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