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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채용정보사이트 ‘워크넷’에 성차별적 면접 요령을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지난 14일 오후까지 워크넷에 올라 있던 여성 구직자용 예상질문과 모범답안은 이런 것들이다. “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가벼운 말이라면 신경 쓰지 않겠고, 농담으로 받아칠 여유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직장 내 성차별 해소에 앞장서야 할 주무 부처가 외려 성차별을 조장하는 격이니 개탄스럽다.

워크넷에 실려 있다 삭제된 예상문답은 황당하다. “커피나 복사 같은 잔심부름이 주어진다면?”이란 질문엔 “한 잔의 커피도 정성껏 타겠다. 사무실 청소도 할 수 있다”를 답변으로 제시했다. 결혼·출산에 대해 물으면, 결혼 후 퇴사를 전제로 하는 회사도 있으니 신중하게 답하라고 권했다. 이들이 내놓은 모범답안은 “결혼 계획도, 이성 친구도 없다. 언니들도 일에 매진하다 서른에 결혼했다”는 것이다. 결혼·출산을 이유로 퇴사를 요구하는 일은 불법임에도, 질문에서 이를 당연시하니 기막히다. 성희롱 관련 질문에선 “지나치게 예민한 여성 사원에게 곤란을 당한 회사도 있다. 도량을 넓혀 말하라”고 했다. 정당한 문제 제기를 ‘예민하고 도량이 부족한 여성’의 투정쯤으로 치부한 것이다. 정부 인식이 이 수준이니 전직 국회의장에서 전직 검찰총장, 현역 사단장, 현직 서울대 교수까지 직역을 불문하고 성추행이 만연한 것 아니겠는가.


노동부는 “워크넷이 민간 구직사이트와 연계돼 있어 발생한 문제”라 해명한 모양이다. 이 해명이 정부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으나, 시사점을 주는 측면은 있다. 민간 사이트에 상식 밖의 면접 요령이 떠도는 것은 성차별적 채용 관행이 뿌리 깊음을 방증한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지난해 10월 구직자 1142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의 58%가 ‘면접에서 성별을 의식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질문 유형도 애인 유무, 결혼 계획, 야근 가능 여부, 커피 심부름에 대한 생각, 출산 후 퇴사 계획 등을 망라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노동부는 ‘표준면접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공공부문과 1000명 이상 대기업에 보급한 바 있다. 여성이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면접위원을 공정하게 구성하고, 성별에 따라 질문을 달리하지 않으며, 결혼·이혼·출산·육아·외모와 관련해선 묻지 않도록 했다. 노동부는 공정한 취업기회 보장을 위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이에 앞서 성차별적 면접 요령이 워크넷에 오른 과정을 명확히 규명해 책임을 물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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