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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내용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6일부터 시행된다. 지위나 ‘갑을관계’를 앞세워 노동자에게 업무상 적정한 범위를 넘어 신체·정신적 고통을 주는 등의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이를 금지한 것이다. 음주·회식 참여 강요, 욕설·폭언, 개인사 소문내기 등 16가지 유형이 법으로 금지된다. 업무지시라도 ‘그럴 만하다’고 인정되지 않으면 괴롭힘에 해당될 수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기업은 조사 후 가해자에 대해 징계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고·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는 금지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그동안 형법 등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직장 내 괴롭힘을 구체화하고 신고와 처벌 절차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일러스트_김상민 기자

그런데 이 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조치나 처벌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한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것이다. ‘업무상 적정 범위’가 무엇인지 등 모호한 기준도 많다. 법 적용대상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한정하면서 특수고용노동자 등 상당수 노동자는 법의 사각에 방치됐다. 익명 신고가 법으로 보장되지 않고, 피해 입증도 피해자가 해야 한다. 정부는 제기된 문제점들을 살펴 잘못된 것들은 바로잡아야 한다. 직장인들도 괴롭힘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 한 시민단체 조사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의 갑질감수성은 평균 68점으로 D학점 수준이었다. 갑질 피해를 당하고도 그것이 괴롭힘인지 모르거나 참는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직장갑질을 뿌리 뽑을 수 없다. 직장 내 갑질은 참고 견딘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과 숨진 송명빈 전 마커그룹 대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드러냈다. 간호사들의 잇단 죽음의 원인이 된 ‘태움’은 직장 내 괴롭힘의 다른 표현이다. 드러나지 않은 직장갑질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직장인 10명 중 2명 정도가 지난 1년 사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일터에서 강자가 약자에게 가하는 부도덕한 범죄행위다. 인간의 존엄·가치·행복추구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사회악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서 ‘직장갑질’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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