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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악행으로 지난여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검사직을 수백억원대 부정축재 수단으로 활용하고도 계속되는 거짓 해명으로 시민들의 공분을 샀던 점에 비하면 형량이 너무 낮다. 법원은 진 전 검사장이 김정주 넥슨 대표에게서 공짜로 받아 120억원의 차익을 거둔 주식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직무상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재판부가 과연 한국 사회에서 검사가 갖고 있는 막강한 영향력을 고려했는지 의심스럽다. 특히 진 전 검사장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최측근으로 검찰 내 실세였다. 김정주 대표는 검찰에서 진 전 검사장에게 주식을 준 것이 ‘보험’이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진 전 검사장과 한 식구였던 검찰은 징역 13년에 추징금 130억원을 구형했다.

진경준 전 검사장(왼쪽)과 김정주 NXC 대표. 경향신문 자료사진·연합뉴스

반면 지난해 민중총궐기 당시 폭력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는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찰관 숫자나 경찰차 파손 정도가 상당하고 극심한 교통혼란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를 책임지고 개최한 것이 징역을 살아야 할 중범죄인지 의문이다. 당시 경찰의 대응도 문제가 많았다. 도로를 차벽으로 막고 물대포를 조준 발사해 백남기 농민이 사망하기까지 했다. 비리 고위 공직자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부당한 정책에 항의한 이에게는 엄벌을 내리는 판결로는 사법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 여론과 법 사이에 원활한 소통과 적절한 긴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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