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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2개 연구단체로 구성된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가 표절 의혹이 제기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7명의 학위·학술 논문을 검증한 결과 모두 표절이라고 판단했다. 학단협은 “새누리당 강기윤·정우택·염동열·유재중·신경림, 민주통합당 정세균, 무소속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에서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 드러났다”며 이들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당초 문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비롯된 표절 파문이 다른 당선자들로까지 번지면서 19대 국회를 강타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단협은 4·11 총선 전에 문 당선자의 국민대 박사논문을 표절로 판정했으며, 문 당선자는 총선 직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학단협에 따르면 당선자 7명은 모두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표절 가이드라인’에 저촉되거나, 2011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규정한 연구부정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사 수준의 베끼기, 여러 논문 짜깁기, 인용과 도용의 혼동, 데이터 위·변조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문 당선자는 이미 표절로 결론난 박사논문 외에 석사논문도 표절했으며, 이를 다시 전문 학술지에 싣는 등 ‘이중 도용’을 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염 당선자는 박사논문을 쓰면서 학부생의 4쪽짜리 리포트를 베꼈다는 판정을 받았다. 학단협 관계자의 표현대로 “표절을 넘어 박사학위의 권위를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니다.
논문 표절에 관한 그래픽 ㅣ 출처:경향DB
문제가 된 7명의 당선자는 억울해할지 모른다. 국내 학계에 표절이 만연한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왜 자신들만 희생양으로 모느냐고 할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관행이었다” “실수나 오류가 있을 수 있지만 표절은 아니다” 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해명으로 어물쩍 넘어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헝가리의 슈미트 팔 대통령은 20년 전 발표한 논문이 표절로 드러나 사임했고, 독일에서도 총리감으로까지 평가받던 칼 테오도르 구텐베르크 국방장관이 논문 표절로 물러난 바 있다.
표절은 학문적 도둑질이다. 다른 사람의 지적재산권을 훔친 이들은 민의의 전당에 설 자격이 없다. 문제가 된 당선자들은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는 것이 옳다. 정부도 이 같은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논문 표절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중·고교 시절부터 글쓰기와 관련된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학위논문을 내는 사람은 연구윤리교육을 받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표절 공화국’의 오명을 벗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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