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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8일 발표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응과 행태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부실 대응과 사후 보고 시간 조작은 물론 비선 실세 최순실씨 개입까지 설마했던 일들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 때 박 전 대통령이 최초 보고받은 것은 구조의 ‘골든타임’(오전 10시17분)을 넘긴 오전 10시20분이었다. 그것도 안봉근 전 부속비서관이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요청으로 관저 내 침실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을 여러 차례 부른 뒤에야 보고서를 전달할 수 있었다. 꽃다운 생명들이 스러져가는 시간에 대통령은 침실에 있었다. 이 사실을 어떻게 쉽게 믿을 수 있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보고를 받은 뒤 대응은 더 한심했다. 서둘러 집무실로 출근한 게 아니라 다시 침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10시22분과 10시30분 김 전 실장과 해양경찰청장에게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이 전부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20~30분 간격으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고 했지만 실제 보고가 이뤄진 것은 오후와 저녁 두 차례뿐이었다. 거짓말로 은폐한 것이다. 국가 자원을 총동원해 시민의 생명 수호에 절치부심하는 대통령은 없었다.

더 놀라운 것은 최순실씨가 나서서 사후 대응을 주도한 점이다. 최씨는 그날 오후 2시15분쯤 관저로 몰래 들어가 문고리 3인방 및 박 전 대통령과 대책회의를 연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을 결정했다. 그제야 박 전 대통령과 3인방은 미용사를 부르는 등 준비에 나섰다. 박관천 전 경정이 ‘대한민국 권력 서열 1위가 최순실’이라고 한 것은 허언이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이 ‘사라진 7시간’의 행적을 끝까지 숨겨야 했던 이유가 최씨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러니 박 전 대통령이 최초 보고받은 시간을 오전 10시라고 거짓말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상황일지 등을 조작한 것은 필연적 귀결이다.

검찰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어 박 전 대통령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면서 세월호 부실 대응은 파면 사유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 수사로 박 전 대통령이 시민의 생명권 보호를 위한 성실한 직무수행 의무를 위반했다는 헌재 보충의견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박근혜는 대통령이 아니었고, 최순실은 단순한 조언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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