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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느닷없이 골프 활성화 방안을 주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제 청와대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였다. 박 대통령은 오는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를 거론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이고
아시아에선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제가 거기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 이런 것이 대회를 성공시키는 것이니까
한번 골프 활성화에 대해서도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직자가 골프를 치는 데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였던 박 대통령이 골프 활성화를 언급한 것은 뜬금없고 이례적이다. 지난해 11월
프레지던츠컵 대회 명예회장을 맡는 과정에서 최근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골프업계의 어려움을 청취한 결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공직사회와 관련 업계가 크게 술렁였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공직자 골프가 허용된 것으로 받아들이는가 하면 골프업계의
오랜 현안인 중과세 완화 등에 대한 기대치가 치솟기도 했다. 실제로 회의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문체부 장관부터 (골프를) 치기
시작하시죠”라고 제안하고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국내에서 골프와 관련해 특별소비세, 개별소비세 (등이 높아) 너무 침체돼 있다”고
바람을 잡았던 터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팀 핀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커미셔너(오른쪽 두번째)에게 프레지던츠컵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출처 : 경향DB)
골프업계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대통령과 장관들이 느닷없이 골프 활성화를 거론한 것은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부적절하다.
4년 연속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데다 최근 복지 수요에 따른 증세 논의로 정국이 뒤숭숭하지 않은가. 또 골프 접대 등을
금지하는 이른바 ‘김영란법’의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마당이다. 현재 전국의 골프장은 과잉 상태이고 골프장을 짓다가 망한
업체도 즐비하다. 이런 상황에 공직자의 골프를 권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을뿐더러 앞으로 골프 활성화 대책이라며 골프장 인허가
규제 완화까지 들고 나오지 않을까도 걱정된다.
정부는 당장 추진할 것처럼 언론에 흘렸던 골프 관련 세목조정 및 세율인하 방안이 논란이 되자 일단 진화에 나선 모습이다. 애초에
바람을 잡았던 최 부총리가 어제 “현재로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은 것이다. 이렇게 조변석개해서야 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논란이 예상되는 정책일수록 부처 간, 그리고 당·정·청 간 조율과 협의가 필요하다. 대통령의 골프 활성화 주문과
국무위원들의 맞장구가 바로 그것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왔다니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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