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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지도부가 ‘증세 없는 복지’의 파산을 선고했다. 김무성 대표는 어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며 정치인이 그런 말로 국민을 속이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정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를 대놓고 “거짓말”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단계적 증세론’을 폈던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증세
없는 복지 기조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며 정책 전환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물론 김 대표는 증세와 복지의 동시 추진보다는 복지
축소에 방점이 찍히고, 유 원내대표는 복지를 위한 증세 필요성을 거론한다는 점에서 차이는 있다. 하지만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불가능한 공약임을 알면서도 대통령의 요지부동에 대책 없이 끌려다니던 새누리당이 뒤늦게라도 증세 논의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건
진일보한 변화다. ‘증세 없는 복지’의 프레임이 빚은 연말정산 파동 등을 거치며 민심 이반이 가속되자 현실을 직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사실 ‘증세 없는 복지’의 파국은 예견됐던 바다. 박 대통령의 생애맞춤형 복지 공약들이 예산 부족으로 대부분 축소되거나 형해화한
상태다. 사회 양극화와 노령화 등에 따른 복지수요가 증대되는 상황에서 이에 필요한 재원을 증세 없이 조달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부족한 재원을 저소득층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담뱃세 같은 간접세를 올리거나, 연말정산 파동에서 드러났듯이 ‘꼼수
증세’로 충당하려다 보니 사달이 날 수밖에 없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고, 탈세를 줄이고, 비과세 감면을 하는 소위 ‘박근혜식
증세’는 파탄났다. 박근혜 정부 들어 2013년 8조5000억원, 2014년 11조1000억원의 세수 부족이 빚어졌다. 이대로
가면 재정건전성은 악화되고, 어렵게 정착시켜온 복지의 기본틀마저 뒤틀리는 지경에 처하기 십상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이제 증세 논의는 불가피하다. 심각한 양극화, 불평등 시대에 공동체에 꼭 필요한 복지를 위해선 증세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현행 조세체계로는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확인됐다. 마땅히 증세는 국민적 합의를 거쳐 “가진 자가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원칙”(유승민), 사회적 정의와 조세형평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 법인세·소득세 등 직접세 위주의 증세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세금의 소득재분배 효과와 법인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하위 수준이다.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고
복지재원을 충당할 증세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증세 없는 복지’의 파산을 선고한 새누리당 지도부의 자세 변화가 증세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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