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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최 부총리는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정년연장할 때 청년층이 반발해서 혼란을 많이 겪었는데, 우리 청년들은 목소리를 별로 안 낸다”고 말했다.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내후년까지 3년 동안 청년고용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도 했다. 앞서 며칠 전에는 문 장관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과 관련해 “세대 간 도적질”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두 장관의 발언은 사실과도 다르고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층의 적개심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고 무책임하다. 사회 통합의 의무가 있는 두 장관이 갈등을 조장하는 의도를 묻고 싶다. 시행 중인 정년연장법 반대 운동이라도 벌이자는 것인가. 아니면 노인세대를 청년들의 공적으로 삼자는 말인가. 최 부총리의 ‘청년층 반발’ 발언은 2010년 프랑스를 달군 사르코지 정부의 연금 개혁 반대 시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연금 수급 시기를 2살 늦추고 정년을 2년 연장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이 시위 촉발의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가 친기업 정책으로 재정이 파탄 나자 그 책임을 국민에게 미룬 것이 더 큰 시위 요인이었음이 드러났다.

대전시청 로비에서 열린 대한민국 청년 채용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기업체에 제출할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정년이 연장되면 신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정년연장보다 정보통신기술 시대의 고용 없는 성장과 경기불황, 잘못된 경제정책에 있다는 것은 정설화돼 있다. 정년 때문에 청년고용 대란이 일어난다니 경제정책 책임자답지 않은 말이다. 노인세대가 청년세대의 몫을 훔친다는 의미의 문 장관의 ‘세대 간 도적질’ 발언도 막말 수준이다.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협력해 노인세대를 부양하는 세대 간 연대의 성격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문 장관은 나아가 국민연금을 현재 방식대로 운용하더라도 2060년이면 기금이 고갈되므로 그 전에 수를 내야 한다는 현실도 무시했다. 보험료를 올리든지 그해에 걷어 바로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방식으로 전환하든지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연금 대란으로 이어질 것임을 전문가인 문 장관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정년연장이나 국민연금으로 세대 간 갈등이 표면화되지도 않은 마당에 두 장관이 세대 간 갈등을 거론한 것은 다른 꿍꿍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청년실업의 책임을 회피하고 여야의 공적 연금 강화 합의를 무력화하려는 의도 아닌가. 그러나 그런 꼼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두 장관은 국민을 선동하고 분열시키는 발언을 사과하고 자숙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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