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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로미, 조쉬, 마리, 미란다, 레오…. 오늘로 사무실 점거 농성 9일째를 맞은 마인드프리즘 노조 조합원들의 별명이다. 9일 전 ‘이음’이라는 내 별명도 더해졌다. 비록 직원은 아니지만, 마인드프리즘 노조 명예조합원이 된 것. ‘엄마’라는 별명도 하나 더 얻게 됐다. 농성장에 밥을 지어 나르고, 소소한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어서다.

마인드프리즘 문제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말 이 회사에 노조가 만들어지면서다. 조합원들을 통해 알게 된 마인드프리즘 상황은 익히 알고 있던 이 회사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심리치유기업 ‘마인드프리즘’은 일반기업이면서도 감정노동자, NGO 활동가들의 심리치유를 비롯해 5·18광주민중항쟁 피해자, 고문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프로그램 등 사회 환원 활동도 지원해왔다. 특히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지원하며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누구보다 먼저 달려갔던 곳이다. 그런 회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한다며, 노동자들을 해고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직원들에게는 보직 해임 같은 인사조치가 따랐고, 사측과는 다른 개인 의견을 밝히면 어김없이 경고장이 날아들고 직원들 간 일상적 소통도 가로막는 등 온갖 불법행위와 부당행위가 벌어졌다. 전·현직 대표들은 사측과는 다른 입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노조를 적대시하는 발언이나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노동자들을 내쫓는 게 살 길이라던 전·현직 대표들은 노조에 사태 책임을 떠넘기며 하나둘씩 떠나갔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갖고 있던 주식들은 도망치듯 떠나간 전·현직 대표들을 거쳐 노조 조합원들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에게 쥐어졌다. 결국 회사를 살려야 할 책임은 ‘주식’으로 바뀌어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졌다. 어떻게든 회사와 회사가 추구해 온 가치를 살리겠다는 노조 조합원들에게는 가혹한 나날이 이어졌다. 한때 노조에 속하지 않았던 직원들까지도 머리를 맞대고 마련했던 회생안은 주식을 받아든 직원들의 변심 앞에서 깡그리 부정됐다.

지난 4월1일 취임한 김형욱 대표직무대행은 바로 내일(15일)자로 폐업하고 모든 직원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비노조 직원들은 대표직무대행의 입장에 함께했다. ‘회사를 함께 지켜내자’는 노조의 농성장 바로 옆에서 비노조 직원들은 폐업 업무를 하고 있다. 나는 ‘셀프 폐업, 셀프 해고’를 감행하는 노동자들을 본 적이 없다. 그것도 “해고는 살인”이라 외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치유하겠다던 마인드프리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니 더 믿을 수 없다. ‘노조와 함께할 수 없다’며 회사의 알짜 콘텐츠인 ‘내마음 보고서’만 떼어내어 분사하겠다던 일부 직원들은 폐업과 해고를 순순히 받아들였다. 한순간 돌변한 그들의 모습에 혹시 노조만을 배제하려는 음모가 숨겨진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농성장은 날마다 눈물바다다. 이 투쟁을 지지하는 시민들, 노동자들과 활동가들이 농성장을 찾거나 연대의 뜻을 전할 때마다 조합원들은 일일이 마음으로, 눈물로 답한다. 오히려 연대의 손길을 건네는 분들의 아픔을 안아드리려 달려가야 하는데 농성장에 갇혀 있어 죄송스럽다며 눈물짓는다. 이들이 날마다 쏟아내는 눈물에서 나는 마인드프리즘의 진짜 가치, 진짜 미래를 보고 있다. 회사가 잘 나갈 때는 주인입네 하다가 어려워지자 책임을 내던지고는 사라진 설립자, 대주주, 경영진, 그리고 대표직무대행과 노조에 속하지 않은 직원들 모두에게 간곡히 호소한다. “마인드프리즘, 제발 함께 살립시다!”


장동엽 | 시민운동가·마인드프리즘명예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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