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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 은거해온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어제 오전 극비리에 귀국했다. 최씨의 측근으로 중국에 머물던 ‘문화계의 황태자’ 차은택씨도 “귀국해서 검찰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권력을 등에 업고 장관 인사와 국가예산, 재벌기업을 주무르며 국정을 농단한 두 사람이 서로 입을 맞춘 듯 조기 귀국으로 선회한 것이다. 특히 두 사람이 돌연 귀국의사를 밝힌 지난 28일 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에 대해 일괄 사표 제출을 지시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지시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다음날 청와대에 압수수색을 벌였다. 누군가에 의해 짜인 각본처럼 국정농단 비리의 두 주범과 청와대, 검찰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이다.
30일 오전 최순실씨가 인천공항을 통해 극비 입국하는 장면이 한 시민의 휴대폰 카메라에 찍혔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일사불란함이 ‘성역없는 수사’보다는 ‘파문 축소’에 맞춰진 듯 석연찮은 행보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고도 압수수색 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이틀 연속 입씨름만 하며 시간을 허비했다. 그사이 청와대 비선 실세로서 특권을 마음껏 누리던 최씨는 극비리에 입국해 언론에 전혀 노출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갔다. 검찰이 알고도 봐준 것인지, 모르고 있다 놓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최씨는 입국 직후 변호사를 통해 검찰에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했고 검찰은 곧바로 ‘오늘은 소환하지 않겠다’고 호응했다. 최씨 측과 검찰 수뇌부가 귀국 전에 사전 교감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최씨의 돌연 귀국과 일련의 움직임이 진상규명을 위한 자발적 행동이라기보다 조직적 은폐를 위해 이번 사태를 지휘하는 사령탑이 있는지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하루라도 빨리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해 ‘말맞추기’나 ‘증거은폐’의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수사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동안 미적거리던 검찰의 수사 태도를 보면 여전히 권력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최씨는 구체적 증거가 드러난 국가기밀 유출 등 자신을 둘러싼 비리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최씨는 여전히 검찰 조사에서도 ‘꼬리 자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각본도 짜였을지 모른다. 그동안 검찰은 항상 박 대통령이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에 맞춰 수사결과를 내놓았다. 박 대통령과 검찰이 이번에 어떤 선택을 할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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