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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기 40분 전에 조대환 변호사를 새 민정수석에 임명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2014년 새누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 부위원장을 맡아 특조위를 무력화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석태 특조위원장을 상대로 정치편향적이라고 사퇴를 요구하며 결근투쟁을 벌였는가 하면, 세월호 진상조사를 혹세무민이라며 특조위 활동을 세금 도둑이라고 몰아 유족들 가슴을 난도질했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추천됐다가 낙하산 비판이 일자 사흘 만에 물러났다. 지난 8월엔 현직 부장판사가 오피스텔 성매매로 적발되자 “성매매금지법은 폐지돼야 하고 성매매하는 사람 누구도 처벌해서는 안된다”며 성매매 옹호 입장을 밝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으로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놓인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상징하는 304개의 구명조끼에 촛불이 켜져 있다. 시민들은 이날 촛불집회에서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규명을 촉구했다. 서성일 기자 centing@kyunghyang.com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대통령의 직무정지와 함께 더 이상 기능할 수 없는 청와대에 후임 민정수석이 왜 필요한지 납득할 수 없지만, 마지막 인사로 이런 문제 인물을 기용했다는 건 도저히 제정신이라고 보기 어렵다. 세월호 문제 전문가를 민정수석에 앉혀 헌법재판소 탄핵심리와 특검에서 다룰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준비하려는 포석일 것이란 분석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더욱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황교안 국무총리와 사법시험 동기라는 점에서 뭔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만약 이런 ‘법률 방패’ 의도가 사실이라면 정말 교활하고 가증스러운 대통령이다. 야당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리 보전을 해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 인사”라며 “마지막까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의 민심 저항의 결정판”이라고 반발한 것은 당연하다.      

박 대통령은 열흘 전엔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막말 전력을 가진 최성규 목사를 임명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그 역시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단식 농성·서명운동 중단을 요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라는 신문광고를 낼 정도로 편향적인 인물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권 출범 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으로 시작해 임기 내내 오만과 불통 인사로 지탄을 받아오더니 쫓겨나는 순간까지 ‘마이웨이 인사’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그나마 이번 인사가 마지막이라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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