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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야당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막중해졌다. 정국을 수습하는 것은 물론 구체제를 청산하고 시민들이 요구한 개혁을 완수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대선에서 야당이 수권정당,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느냐는 앞으로 어떤 능력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박 대통령 직무는 정지됐고, 이를 대행하는 황교안 국무총리의 권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국 주도권은 국회, 특히 야당에 돌아갔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시민으로부터 박 대통령과 함께 사실상 탄핵받은 처지여서 나설 입장이 못 된다. 이달 임시국회 운영이 중요한 이유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안정적 국정운영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지 대책 등 시급한 현안은 국회 상임위를 통해 정교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국정조사 특위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와 ‘세월호 7시간’ 의문점도 풀어야 한다.

청와대의 손발이 묶인 만큼 현재 유일한 주권 수임 기관인 국회는 정부를 견제하는 차원을 넘어 견인해야 할 책무가 있다. 유명무실했던 여·야·정 협의체를 국정 운영의 실체로 변모시키는 것도 야당의 과제다. 야당은 우선 박근혜 정권의 역주행 정책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역사 사유화’라는 지적을 받는 국정교과서 정책은 마땅히 폐기해야 한다.

시민들의 반대 속에서 일본 정부만 만족시킨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도 재검토해야 한다. 노동자 삶을 옥죌 성과연봉제, 동북아 안정을 흔들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등도 손봐야 한다.

대통령 탄핵결의를 초래한 구체제 적폐도 말끔히 지워야 한다. 정권 초·중반에는 충견처럼 권력을 따르다가 말기엔 하이에나처럼 물어뜯는 검찰의 체질을 바꿔놓지 않는다면 현재의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을 통해 권력이 언제나 견제 가능한 환경 아래 놓이도록 해야 한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재벌은 영원하다’는 그릇된 신화를 깨기 위해 총수 1인이 전횡하고 부를 독식하는 재벌체제를 이 기회에 종식시켜야 한다. 새누리당의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정당개혁, 정치개혁도 필요하다.

야당은 이런 중차대한 과업을 실행할 때 민심을 최우선으로 받드는 겸허한 자세로 일관해야 한다. 야권의 정국 주도권은 스스로 일궈놓은 게 아니라 시민이 맡겨준 것이다. 점령군처럼 위세를 떨어서도 안되지만, 좌고우면해서도 안된다. 그랬다가는, 임시로 쥐여진 방향타는 단박에 회수될 것이다. 민심이 명령하는 대로만 실천하는 것, 지금 야당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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