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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란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으로부터 ‘의문의 해소’에 필요한 사실관계 파악을 의뢰받아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관련 자료나 정보를 수집하여 의뢰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회가 심의 중인 ‘공인탐정법안’과 관련해 지난달 29일 발표한 성명에서 “탐정업은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고, 비변호사가 대가를 받고 소송, 심판 및 조사 사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변호사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는 요지의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변협의 탐정법 제정 저지 움직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민간조사업(사설탐정) 공인 논의가 공론화되기 시작한 17대 국회부터 같은 이유로 줄곧 반대해 왔다.

일견 변협의 논리가 황당하게 들리진 않는다. 그러나 변협의 주장은 오늘날의 시대상을 도외시한 측면이 적지 않다. 먼저 사생활 침해 우려가 과도하다. 예를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34개국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평균 320명의 민간조사원(탐정)이 전문직업인으로 활동 중이다. 우리나라 용인시 정도의 도시에 320명, 서울만 한 지역에 3200명의 공인탐정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탐정업을 신고제로 운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인구 대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6만여명(인구 100만명에 500명)의 사설탐정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이 수임하는 건수는 연간 250만건(5000억엔)에 이른다. 탐정 1인이 연간 41.6건(월 3.5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이들 나라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엇보다 귀히 여긴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탐정 때문에 사생활이 불편해 못 살겠다’는 비명은 어디에서도 들려오지 않는다.

특히 우리 사회는 사생활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촘촘히 갖추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위치정보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형법 등 탐정의 일탈을 제어할 20여개의 개별법이 존재하고 있어 함부로 사생활을 넘보려는 탐정은 잠시도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다. 오히려 공인탐정법(민간조사업법)이 제정되면 사립탐정을 교육하고 징계하는 등 그들을 직접 규찰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한편 “비변호사가 대가를 받고 소송, 심판 및 조사 사건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변호사법과 충돌 소지가 있다”는 변협의 논리에 대해서는 그간의 판례 등을 감안해 볼 때 탐정법 입법 주체들이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물론 탐정의 업무 가운데 변협이 지적하고 있는 유형의 일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를 미리 상정하여 “공인탐정법안 제17조(수집·조사의 제한)”에 “계류 중인 소송 사건에 관한 정보의 수집ㆍ제공 금지” 조항을 두어 변호사법과의 충돌을 원천 차단하고 탐정에 의한 변호사의 직역 침해 우려를 해소(조정)하는 장치로 삼음이 긴요해 보인다.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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