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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특감반에 있다가 비위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모 수사관은 이번엔 도로공사 사장의 납품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거의 매일 입맛에 맞는 신문·방송사를 골라 e메일과 입장문을 보내 자신이 청와대에서 쫓겨난 것은 여권 실세들에 대한 첩보 때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하루 한 건씩 터져 나오는 폭로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8년 12월 20일 (출처:경향신문DB)

일이 이렇게 된 데는 청와대가 자초한 면이 크다. 청와대는 맨 처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감정 섞인 대응을 했다. 그런데 ‘미꾸라지의 분탕질’을 방치하고 막지 못한 건 바로 청와대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이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첩보보고를 계속 올려 엄중 경고했다지만, 그런 후에도 활동을 계속했다. 청와대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1000만원 수수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지만, 검찰은 수사조차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기업인 공항철도에 대해서는 “공기업인 줄 알았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도로공사 사장 비위 보고서는 김 수사관이 직무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상부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장 비위 의혹이 있다면 첩보 생산자 거취와 무관하게 진상을 확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일반의 상식이다.     

지금 나라 안엔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 청와대 대통령비서실장, 수석, 대변인은 수사관 한 명의 폭로에 반박을 거듭하며 날을 지새우고 있다. 마치 6급 수사관과 청와대 간 정면 대결을 벌이는 듯한 양상이다. 참으로 볼썽사납고 안타깝다. 이 바람에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확대경제장관회의도 세간의 관심에서 뒤로 밀려났다. 청와대는 특감반 쇄신책을 내놓았지만, 특감반에서 ‘특별’을 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에 대한 신뢰는 떨어졌다. 그게 더 큰 문제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야당에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를 거론하는 등 이 사건은 정치쟁점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제 검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고 남김없이 털고 가는 수밖에 없다. 청와대는 법적 조처와 별개로 특감반 활동에 실수가 없었는지, 위기 관리 대응이 적절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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