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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어제 제1소위를 열어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정개특위는 지난 18일 의석 배분방식, 지역구 의원 선출방식,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 바람직한 의원정수 등 7개 쟁점을 추렸다. 여야 5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고 못 박으면서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비율, 의원정수,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고 합의한 상태다. 정개특위가 연동형 비례제에 전제되는 핵심 쟁점들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쟁점마다 여야의 이해가 부딪치고, 입장차도 커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이 여야 5당 원내대표의 합의를 원점으로 돌리려는 작태를 보이고 있어 우려스럽다. 합의 당사자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직접 연동형 비례제에 부정적 입장을 설파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연동형 비례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합의수준을 깎아내린 바 있다. 이제는 더 퇴보해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 선거구제를 부정하는 것” 등 사실을 오도하면서까지 부정론을 펴고 있다.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제1야당 원내대표가 앞장서 선거제 개혁의 합의정신을 짓밟는 행태다. 엊그제 한국당 의총에서는 정개특위 간사로 활동한 정유섭 의원이 “연동형 비례제는 군소정당이 살아남기 위한 제도”라면서 “치열하게 싸우자”고 주장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이대로 가도’ 최소한 제1야당 자리는 지킬 수 있다는 자만이 기득권 정당의 유전자를 되살리는 듯하다.

어렵게 이뤄낸 선거제 개혁 합의를 본격 논의도 들어가기 전에 무력화시키려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농성과 여론 악화의 궁지를 모면하려 ‘대국민 사기 약속’을 한 꼴이다. 한국당은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서도 ‘대표성과 비례성을 확대하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협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유권자의 정치적 의사가 최대한 의회 의석에 반영되고, 대립의 정치구조를 혁파하고, 고질적 지역구도를 완화시킬 선거제도 개편은 최고의 정치개혁으로 꼽힌다. ‘의석 도둑질’을 정당화하는 선거제도를 놔둘 수는 없다. ‘반짝’ 지지율 상승에 취해 정치개혁의 대의를 외면하고 선거제 개편을 무산시킨다면, 다음 선거에서 민심의 분노는 한국당을 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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