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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일본 지역 경제연구소는 올림픽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하면 2조3000억엔의 경제효과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 후 나가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시설은 텅 빈 채 막대한 유지비만 잡아먹고 있다. 17년이 지난 지금
나가노에 남은 것은 1조7600억엔의 빚과 훼손된 자연이다. 주민들은 복지 축소와 공공요금 인상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앞으로
재정이 나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 네트워크’ 대표 에자와
마사오(江澤正雄)가 전하는 나가노의 실상이다.
나가노 동계올림픽 예산 전문가로서 올림픽 유치활동 교부금 반환소송의 원고 대표로 활동하는 에자와의 경험담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강원도와 정부가 뼈아픈 충고로 받아들일 만하다. 65조원의 경제효과 운운하며 환경 파괴와 사후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뚜렷한 해법 없이 막대한 재원을 쏟아붓는 모습이 나가노의 사례를 뺨치기 때문이다. 나가노는 올림픽 유치 당시 기존
시설을 활용하기로 계획했다가 실제로는 평창처럼 대부분 시설을 새로 지으면서 재정 적자와 환경 훼손의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이를테면 이즈나 고원에 1996년에 완공한 루지·봅슬레이 경기장은 공사비가 애초 책정한 액수의 3배가 들었고 올림픽 후에도
유지비용만 잡아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냉각장치를 가동하는 데 하루 전기료가 100만~200만엔, 겨울 시즌 3개월 유지비만
3억엔이 든다고 한다.
9일 오후 강원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G-3년, 미리 가 보는 평창’ 행사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양호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왼쪽부터)이 봅슬레이 체험을 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평창의 경우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이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1100억원을 들여 500년 된 원시림을 베어내고 경기장을 만들어 3일
경기를 한 뒤 다시 1000억원을 들여 복원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무모하기 짝이 없다. 에자와도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공사를 멈추고 자연을 복원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경기장 건설을 백지화하고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시민·환경단체의 줄기찬 요구이기도 하다. 계획 변경에 따른 피해보상비와 지금까지 벌목된 수목을
복원하는 매몰비용을 따지더라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올림픽 후유증에 시달리는 나가노의 사례를 평창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최근 정부 차원에서 스노보드와 스키 프리스타일 경기장을 평창 보광휘닉스파크에서 정선 하이원리조트로 변경해 예산 절감을 시도한 것이 그 시작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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