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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패스트트랙 대치 과정에서 고소·고발당한 같은 당 의원들의 ‘수사 자료’를 경찰에 요구했다고 한다. 경찰업무를 소관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이채익 의원은 지난달 27일 경찰청에 패스트트랙 수사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 고소·고발 사건 상황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종배 의원은 수사 계획과 함께 수사 담당자의 이름·연락처, 조사 대상자 명단을 추가로 요구했다. 58명에 달하는 한국당 의원들이 고발된 상황에서 경찰청을 관할하는 행정안전위 소속 의원 등이 경찰에 수사 상황과 계획, 수사관 신상 자료까지 요구한 것은 명백한 수사 외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자료 제출을 요구한 날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을 국회의원실에 감금해 사법개혁특위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혐의로 경찰이 한국당 엄용수·여상규·이양수·정갑윤 의원에게 소환을 통보한 당일이었다.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이 통보된 시점에 같은 당 의원들이 직접 수사 자료를 요구한 게 ‘외압’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더욱이 이채익·이종배 의원 역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정의당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황이고, 이종배 의원은 ‘채이배 의원 감금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결국 수사를 받아야 하는 당사자, 범죄 혐의자가 지위를 남용해 수사기관을 위압한 꼴이다. 법과 원칙에 앞서 최소한의 상식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행태다. 논란이 일자 이채익 의원은 ‘통상적 상임위 활동’ 운운하며 오히려 “자료 요구 내용이 외부에 알려진 경위를 밝히라”고 경찰을 압박하고 나섰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 권한이 자신이나 자기 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 대처에 이용하라고 주어진 게 아니다. 이런 수준의 법의식을 갖고 있으니, 자기들이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그렇게 유린했을 터이다.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 경찰의 소환에 불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국회법을 짓밟는 폭력과 불법이 난무, 그것을 처벌해 달라고 서로 고발장을 제출해 시작된 수사다. 입법자가 스스로 법을 어기고, 이제 법의 집행마저 거부하는 아연한 일이 자행되고 있다. 국회에서 벌어진 공공연한 불법행위가 합당한 처벌 없이 유야무야된다면 법치는 설 땅을 잃는다. 한국당은 소환 불응에 수사외압 같은 가당찮은 행태를 그만둬야 한다. 공당이라면 경찰 소환에 응해 떳떳이 조사받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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