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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연일 제왕적 대통령제를 청산해야 한다며 개헌을 주장하고 있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촛불명령을 까먹지 않았다면 개헌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개헌이 성사된다면 (다른 야당들이 주장하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도 통 크게 바뀔 수 있다”며 선거구제 개편에 응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4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한국당이 이 시점에 개헌론을 띄우는 의도는 뻔하다.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쓰는 동시에 6·13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내 분란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더불어 ‘개혁입법 연대’를 모색하는 민주당에 ‘개헌 연대’로 맞섬으로써 여소야대 구도의 판을 다시 짜보겠다는 뜻도 있다.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을 그토록 반대하던 한국당이 뒤늦게 개헌을 주장하다니 참으로 황당하다. 시민들이 개헌하라고 할 때는 방해만 하다가 뒤늦게 개헌을 요구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 달라진 현실에 맞춰 헌법을 개정할 필요성은 있지만 20대 국회에서 다시 개헌을 논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헌에 쏠렸던 시민의 관심이 식어버린 마당에 해체된 국회 개헌특위를 다시 열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개헌과 연계해 언급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간과할 것이 아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드러났듯 현행 소선거구제는 표의 독식을 허용하는 맹점이 있다. 이런 제도를 그대로 두면 거대 정당의 독식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표의 등가성에도 문제가 있다. 지방선거 결과 정당 득표율은 20%가 되는데 10% 의석도 얻지 못한 경우가 여러 지역에서 나타났다.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면서 비례성을 강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가 절실하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정치개혁은 현실성 낮은 개헌 논의에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결실을 가져다줄 것이다.

한국당이 지금 추진해야 할 것은 개헌이 아니라 철저한 자성을 통해 당을 개혁하는 것이다. 개헌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개헌을 무산시킨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주장한다면 안될 말이다. 벌써 한국당의 선거구제 개편 주장이 다음 총선에 대비하기 위한 정략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은 개헌 주장을 접고 진정성 있게 선거구제 개편에 진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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