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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국회 특수활동비 지급 내역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각종 구실을 만들어 ‘제2의 월급’처럼 혈세를 챙겨간 것으로 나타났다.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활동을 했는지와 관계없이 매월 6000만원을 꼬박꼬박 받아갔고, 상임위원장도 매달 600만원씩 타갔다. 법사위원장은 여기에 매달 1000만원씩 추가로 받아 여야 간사에게 100만원, 위원들에게 50만원씩 나눠 줬다. 예결위는 예산·결산 시기에만 열리고, 윤리특위는 1년에 한두 번 열릴까 말까 한데도 월 600만원씩 위원장 앞으로 지급됐다. 영수증 없이 쓸 수 있고, 어디에 썼는지도 공개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눈먼 돈’이요, ‘깜깜이 예산’이다. 이렇게 쓰인 돈이 2011~2013년 3년간 총 240억원이다.

국회 사무처는 그간 참여연대의 정보공개 청구를 완강히 거부하다 1·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 “국민은 알 권리가 있고 국회활동은 투명·정당해야 한다”고 판결하자 마지못해 자료를 공개했다. 이제 보니 왜 그렇게 특활비 내역을 숨겨왔는지 알 듯하다. 얼마 전 친박계 실세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임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최 전 장관이 받은 돈은 예산편성을 기대하며 국정원이 건넨 뇌물이지만, 시민들의 눈엔 그 돈이나 이 돈이나 다 똑같아 보인다. 시민들은 시장에서 콩나물 값을 깎느라 실랑이하며 살고 있다. 제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라면 이렇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받아 쓰지 못했을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해 특수활동비가 문제되자 특활비 예산을 22.7% 줄였다. 정부도 올해 예산안에 각 부처 특수활동비를 17.9% 줄어든 3289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다. 정부 예산은 국회의 감시와 점검을 철저히 받고 있다. 국회만 예외일 수는 없다. 국회도 정부의 방만한 예산 운영을 지적하기에 앞서 스스로 투명해져야 한다. 도대체 의원들의 연구활동에 왜 특수활동비를 지급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업무 특성상 꼭 필요하다면 정책개발비나 특정업무경비에서 사용하고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이다. 정부나 국회나 특수활동비는 폐지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사용 뒤엔 반드시 증빙자료를 남기도록 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여야가 늦게나마 5일 특수활동비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잘못된 관행이었다”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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