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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5·18 공청회 문제로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희생자·유가족과 광주시민들께 당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어 “5·18 관련 당의 공식 입장은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민주화운동이었다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진실을 왜곡하거나 5·18정신을 폄훼하는 어떤 시도에도 단호히 반대한다”고 했다. 5·18 망언이 나온 지 나흘 만이다. 처음엔 “당내 문제” 운운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다 뒤늦게 대국민사과를 내놓은 건 보수단체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2월13일 (출처:경향신문DB)

그러나 한국당의 이런 ‘뒷북 사과’는 충분치도 않고 진정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당을 대표해 사과한다면서도 망언 의원들에 대한 윤리위 처리 문제는 원내대표에게 떠넘겼다. 한국당이 추천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후보 3명 중 2명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한 데 대해 반발하고 나선 건 더 어이가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청와대 판단은 정치적 판단”이라고 하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한국당과 국회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 의회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했다. 이러니 무슨 사과를 해도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문제가 된 진상조사위원들은 지난달 추천 때부터 극우이념 성향으로 부적격자 지적을 받은 인물들이다. 이 중 한 사람은 군 출신 보수인사로, 군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한 주세력이란 점에서 진상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을지 우려를 낳았다. 다른 한 사람은 기자 출신으로 1996년 ‘월간조선’에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라는 기사에서 이미 사실로 드러난 계엄군의 중화기 사용, 공수부대원들의 성폭행 의혹 등에 대한 보도가 과장·왜곡됐다고 주장했다. 5월단체들은 이들의 과거 경력과 발언에 비춰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추천을 요구한 바 있다. 청와대의 거부는 역사적 진실과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시민의 상식에 부합하는 당연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반발하고 있으니 뭐 싼 놈이 되레 화를 내는 꼴이다.

백 번 사과보다 한 번 행동이 더 중요하다. 한국당이 진정 5·18 망언을 반성한다면 당장 이런 진상조사위원부터 교체하는 게 온당하다. 망언 의원들에 대해서도 최고 수위로 단호히 조치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으로 넘어갔던 게 범죄적 망언을 불러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번 사안을 곧 지나갈 소나기 정도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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