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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1절 100주년을 앞두고 특별사면을 단행할 것이라고 한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12일 “3·1절 특별사면과 관련해 법무부에서 실무 차원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특사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번에 사면이 실시되면 문 대통령은 2017년 말에 이어 임기 중 두 번째로 특별사면권을 행사하게 된다. 청와대는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 반대, 사드 배치 반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집회 및 세월호 관련 집회, 광우병 촛불집회 등에 참가했다가 처벌받은 사람들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확인했다. 첫 특사가 민생·생계형 사범 중심으로 매우 제한적이었던 데 비해 이번 특사는 대상과 범위가 상당히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행사하는 헌법적 고유 권한이며 통치행위다. 형이 확정된 특정 범죄인에 대해 국회 동의 없이 형 집행을 면제·경감하거나 형 선고의 효력을 없애주는 제도이다. 사면권이 절제되고 엄격하게 행사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과거 일부 대통령이 사면권을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해 국민적 비판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빌미로 보수진영에서 벌써부터 ‘코드 특사’ 운운하며 공세를 펴는 일은 합리적 비판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전 정부의 잘못된 정책 집행에 반대하다 처벌받은 시민들을 사면하는 것은 법 적용의 오류를 뒤늦게나마 교정하고 사회 갈등을 치유하는 차원에서 온당한 조치다.

더욱이 올해 3·1절의 의미는 각별하다. 대한민국의 뿌리를 이루는 3·1운동이 100주년을 맞는 날이다. 100년 전 3월 이 땅의 민초들은 모두 거리로 나가 만세를 불렀다. 신분·성별·연령·지역 따위 구분은 존재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깨고 하나가 되었던 그날을 되새기며 통합과 화합 차원의 특사를 단행하는 일은 의미가 작지 않으리라 본다.

청와대는 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자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한다는 대선 공약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원칙은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 재벌총수나 정치인, 전직 고위공직자들에 대해 무분별하게 은전과 시혜를 베푼다면 시민의 상실감이 깊어지고 사법 불신은 심화될 것이다. 이번 3·1절 특사가 사면의 원칙과 기준을 준수하면서 사회통합과 정의실현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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