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정치 칼럼

[시론]국회를 리셋하라!

opinionX 2019. 2. 8. 11:07

“반대 90.2%!”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고는 기운이 쭉 빠졌다. 2~3주 전만 하더라도 80% 선에 머물던 부정 여론이 더 강화됐기 때문이다. 관련 문항들에 대한 답변을 찬찬히 살펴봤다. 비로소 호흡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것으로, 응답자(1000명)의 27.4%만이 ‘어떤 조건에서도’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반대 여론의 심층을 훔쳐본 느낌이었다.

곽노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지금까지 여론조사들은 의원정수 확대 찬반만 묻고, 그 결과를 피상적으로 해석하는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은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 관련 문항을 추가 설문했다. 반대론자(902명)에게 다시 반대 논거 2개를 골라달라고 요청했다. 두 개의 응답률을 합해 88%는 ‘예산만 축낼 뿐’이라며 반대했고, 이어 ‘의원 수가 늘면 정치투쟁만 강화된다’(43.6%), ‘권력자 수가 늘어나면 국민만 피곤하다’(36.5%), ‘정수를 확대해도 대표의 다양성 확보가 쉽지 않다’(31.9%) 였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조건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해 표본집단 모두에게 물어봤다. 응답자의 72.6%가 조건부 정수 확대 찬성론자로 드러났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조건부가 35.8%, 증원 비율만큼 의원 세비와 보좌관 수 동시 감축 조건부가 17.4%, 증원 비율만큼 의원 세비만 감축 조건부가 15.8%로 조사됐다. 의원 보수 동결만 해도 정수 확대에 찬성한다는 입장도 3.6%였다.

촛불혁명을 거친 국민들은 직접민주제적 주권자 권리를 너무나도 갈망한다. 국회가 필요한 개헌안을 안 내놓으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고 싶어 한다. 입법에 실패하면 직접 법률안을 발안하고 싶어 하고, 나쁜 법률을 만들어내면 직접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 이런 요구가 얼마나 강한지 국민개헌발의권은 78.6%, 국민법안발안권은 82.8%, 신규 법률 거부 국민투표권은 82.4%,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88.0%의 지지를 받았다. 국회의원 선수제한제가 필요하다는 국민들도 68.4%나 됐다. 우리 국민은 국민소환제와 선수제한제,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를 도입해 국회의 일탈과 무능에 철퇴를 가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것이다.

이게 민심이다. 숙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인스턴트 여론조사로 드러난 결과를 ‘민심’이란 이름으로 포장해서 무조건 옳다고 주장해선 안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에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신줏단지 모시듯 존중하려 한다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 ‘주권자 권리 강화 민심’도 똑같이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조사 결과를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자세는 자기중심적으로 여론을 가지고 노는 것일 뿐 여론을 존중하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선거제 개혁에 이어서 본격 검토하기로 원내 5개 정당이 합의한 ‘원포인트 권력구조 개헌’ 테이블에도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카드를 올려놓는 걸 당연시할 게 아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국민이 국회에 몽땅 넘겨준 헌법 개정 발의권과 입법독점권을 되찾아오는 일이 더 우선이라고 말해준다.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이 의뢰해서 한국리서치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난 우리 국민의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입장은 분명하다. 근본적 국회 개혁에 대한 확실한 여야 합의 없이는 의원정수 확대를 결연히 반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가 △임기 중에라도 부패비리 국회의원을 쳐낼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의원 세비와 보좌관을 증원 비율만큼 혹은 절반으로 줄이며, △국민발안권과 국민표결권을 신설해서 국회의 개헌독점권과 입법독점권을 국민과 공유하겠다고 합의하면 의원정수를 확대해도 좋다는 것이다. 요컨대, 작금의 의원정수 확대 반대 컨센서스는 무능국회, 특권국회, 비리국회에 대한 강력한 국민 불신의 표출이자 고강도 국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요구라고 해석된다. 이것이 ‘의원정수 확대 반대 90.2%’ 여론의 참뜻이다. 국회를 리셋하라!

<곽노현 ‘국회를 바꾸는 사람들’ 상임대표>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