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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이 다시 노사갈등에 휩싸였다. 한국지엠은 지난 19일 노동조합과 산업은행의 반대에도 주주총회를 열어 연구개발 신설법인인 ‘지엠 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설립안건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 측은 “신설법인이 글로벌 제품 개발을 담당하면 한국지엠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와 산은의 생각은 다르다. 노조는 “법인 분리가 지엠의 한국철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포석”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는 “조합원 대다수가 파업에 찬성했다”며 총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2대 주주인 산은은 “거부권 행사 대상인 사안”이라며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한다. 지난 4월 합의로 경영정상화에 나섰던 한국지엠이 갈등국면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갈수록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사정이 더 어렵다. 이를 모를 리 없는 한국지엠이 노조와 산은의 반발을 무릅쓰고 연구개발 신설법인 설립을 통과시켰다. 한국지엠은 ‘연구인력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차원’이라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과거 호주에서 연구인력을 분리한 뒤 철수한 전력도 있다. 한국지엠의 신설법인 설립은 생산직과 연구개발직을 분리해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여차하면 연구분야만 남기고 생산분야는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불과 6개월 전 일자리 보장 계약서를 써놓고 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노조를 향해 선전포고한 셈이다.

한국지엠의 노사갈등이 재연된 데는 지난 4월 산은이 한국지엠과의 협상에서 눈앞의 이익에 매몰돼 계약서에 서명한 탓도 크다. 세부내용을 따지지 않고 ‘일자리 보장’조건에 홀려 있다가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산은은 협상을 끝낸 뒤 8500억원을 투입해 10년간 일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수표가 될 공산이 커졌다. 6개월 단기 일자리 안정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지엠의 행태는 위태롭기 그지없다. 한국지엠은 장기간 노사갈등에 철수론까지 퍼지면서 판매망은 허물어지고,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신차 개발 등을 통해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한국지엠이 절대적인 지분 확보를 무기로 전횡에 나선다면 결과는 파국일 뿐이다. 한국을 떠난다는 회사의 자동차를 어떤 소비자가 구매하겠는가. 한국지엠이 노사 모두 공존할 현명한 선택을 할 것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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