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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30년 가까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차별의 역사도 깁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처음부터 약자였습니다.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주장하면 탄압을 받았습니다.

이주노동자는 기본적인 권리들도 보장받지 못하고 사업주의 이익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2018년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사업주들의 폭행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사업장에서 여성 이주노동자가 성폭행과 성희롱을 당해도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피해 신고를 받는 경찰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거나,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같은 기본적인 조치도 취하지 않습니다. 또 피해 여성들이 피신할 수 있는 정부 운영의 안전한 쉼터도 별로 없습니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도 안에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에게 묶여 있어 노예와 같습니다. 노예와 노동자의 차이는 ‘자유’입니다. 이주노동자는 강제적 노동환경에 처해 있습니다. 고용허가제 안에서는 사업주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아파서 아프다고 해도 거짓말쟁이가 되고,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기 일쑤입니다. 종종 본국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사업주의 협박도 받습니다. 이 얼토당토않은 협박은 아주 잘 먹혀서 이주노동자는 겁을 먹고, 결국 사업주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됩니다.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하지도 못합니다. 사업장에 문제가 있어 이직하고 싶어도 사업주가 허락하지 않는 탓에 강제노동을 지속하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또 버티다 못해 차라리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업장을 이탈하는 순간 체류비자를 잃지만 자유를 잃고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숨어 살기를 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주노동자의 속사정도 모른 채 정부는 미등록 체류자라는 이유로 단속하고 추방합니다.

그 단속의 과정은 너무나 폭력적입니다. 최근에도 무차별적인 폭력 단속으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단속과정에서 출입국 단속반은 안전조치를 취하고 집행을 해야 함에도 주먹부터 나가고 무력으로 제압합니다. 8월22일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는 단속을 피하려다 추락하여 뇌사상태에 빠졌고 한국인들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얼마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7월에도 경남 함안에서 단속에 나선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건설현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유학생을 집단폭행한 후 출입국사무소에 닷새 동안 감금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폭행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혀서 만천하에 공개되었음에도 출입국사무소는 폭력이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폭행과 비극적 죽음을 겪어야 할까요.

일터뿐만 아니라 주거 환경에서도 이주노동자는 열악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박스, 가건물에서 삽니다. 방안으로 물이 새고, 화장실 없는 곳도 많습니다. 심지어는 문고리도 사업주가 떼어가서 언제든지 들이닥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 비용을 받습니다. 월급에서 기숙사비용을 사전에 공제합니다. 노동부는 지침으로 기숙사비를 공제하도록 사업주들에게 대대적으로 권고하였고, 이 제도는 나날이 사업주의 권리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이 가능한 이유는 모두 사업주만을 위한 고용허가제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이주노동자의 피해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주는 것 마저 아깝다며 최저임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가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해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는 이유만으로 인권과 노동권을 빼앗기는 이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이주노동자는 오랫동안 항의하고 싸워왔습니다. 이주노동자를 짓누르는 고용허가제가 아니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긴 싸움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우리의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크게 외치려고 합니다. 10월14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서울로 모입니다. 자유를 외치기 위해서, 차별과 착취를 끝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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