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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면세점의 판매직 노동자들이 근무 중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면서 5명 중 1명이 방광염에 시달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승섭 고려대 교수 연구팀이 백화점·면세점의 화장품·명품점에서 일하는 노동자 280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다. 조사 결과 ‘근무 중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동자는 59.8%로, 절반을 넘었다. 그 이유로 ‘매장에 인력이 없어서’(62.4%)가 가장 많았다. 심지어 ‘지난 6개월 동안 생리대 교체를 못한 경험이 있다’는 노동자도 39.9%나 됐다. 이렇게 화장실 이용이 어렵다 보니 방광염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노동자는 20.6%에 달했다. 일반 노동자들 방광염 유병률(6.5%)의 3배를 넘는다. 화려한 매장에서 값비싼 명품을 다루고 있지만 판매직 노동자들은 이렇게 고통을 겪고 있다.

출처: 경향신문DB

판매 노동자들은 장시간 서서 일하다 보니 하지정맥류 진단이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15.3%에 달했다. 일반 노동자의 25배를 넘는다. 이들은 휴게 시간에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 조사 대상 중 절반이 넘는 58.1%는 ‘지난 한 달 동안 휴게실 사용을 못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복수응답)로 ‘휴게실 의자가 부족해서’(65.7%), ‘휴게실이 좁아서’(47.5%), ‘휴게실이 멀어서’(26.3%) 등이 지적돼 대형매장의 노동자 휴게실이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고 있다.

무지외반증에 걸린 백화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의 발.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제공

정부는 2009년 대형매장에 판매 노동자를 위한 의자와 휴게시설을 마련토록 했고, 2011년에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해당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매장은 거의 없다. 이번 조사에서도 의자가 없거나 있더라도 원할 때 앉을 수 없다는 답변이 64.9%에 달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최근 의자와 휴게시설 설치와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의자 등이 있는지 여부만 확인할 뿐 노동자들이 이를 제대로 이용하는지는 조사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달부터는 일부 대형매장에서 노동자들이 ‘앉을 권리’를 스스로 찾겠다며 일정 시간에 일제히 의자에 앉는 ‘의자 앉기 공동행동’까지 시작했다. 정부는 판매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고객들도 판매 노동자들이 인권을 보장받으며 일할 권리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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