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기괴스러운 언행이 가관이다. 전 목사는 지난 5일 시국선언문이라는 것을 내고 “대한민국이 문재인 정권으로 인해 종북화, 공산화됐다” 운운하며 ‘대통령 하야’를 촉구했다. 엉뚱한 하야를 주장하면서 내세운 이유라는 것이 온통 가짜뉴스에 저급한 색깔론, 뒤틀린 혐오로 가득하다. ‘하야 망언’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전 목사는 8일 문 대통령을 독일 히틀러에 비유하며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 캠프를 치고 1일 릴레이 단식 기도회를 하겠다”고 했다. 가당치 않게 히틀러 나치즘에 저항한 독일 신학자 본회퍼를 자신과 동일시하며 “생명을 걸고 문재인을 책망하기로 했다”는 데 이르면, 그 도착적 망상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앞서 전 목사는 지난해 말 목회자 집회에서 문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청와대로 진격해야 한다”고 선동했다고 한다. “한국교회 연합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을 잃은 지 오래”지만, 명색이 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목회자의 발언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망발이다. 이쯤이면 목회자의 탈을 쓴 극우 파시스트라 해도 무방할 지경이다. 오죽하면 한기총 총회 대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145명이 성명을 내고 전 목사의 사퇴를 촉구했을까 싶다.

사실 전 목사의 극우 성향 발언과 종교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문재인 대통령 퇴진 총궐기’ 행사도 전 목사가 극우 성향의 개신교 목사들과 함께 주도했다. 2007년 대선 때는 개신교 장로인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고 설교했다. 얼마 전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만나서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지도자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하나같이 신앙의 본령은 물론 정교분리라는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행각이다.

태극기부대 등 극우 세력의 준동과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한국당, 여기에 종교적 명분을 입혀주려는 전 목사 같은 일부 극우 목회자들의 선동질은 종국에 공동체를 좀먹는 재앙이 되기 십상이다. 선량한 목회자와 신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고, 결국 그가 섬기는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신성모독’의 결과를 낳고 있는 전 목사가 있어야 할 곳은 청와대 앞이 아니다. 기독교계 원로인 손봉호 교수의 고언으로 대신한다. “조용히 물러나서 회개하고 아주 건강한 시민으로 봉사하라.”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