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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업체 한샘의 신입 여사원 성폭행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사건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처리 과정에 회사 측의 조직적인 회유와 압력이 있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더해지면서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고경영자가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불매운동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인터넷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여성친화 경영’을 표방해온 국내 1위 가구업체에서 신입 여사원 성폭행 의혹이 불거졌다니 놀라움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남성중심 기업문화의 추악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다.

한샘의 사내 성폭행 논란은 지난달 29일 신입사원이라고 밝힌 여성이 인터넷에 “회사 직원들에게 잇달아 성폭행과 성추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비롯됐다. 이 여성은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회식 때 화장실에서 입사동기 남성에게 ‘몰래카메라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1월에는 신입사원 교육담당자가 성폭행을 했고, 4월에는 인사팀장이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한다.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를 촬영한 남성 직원은 동종 전과로 집행유예 중이어서 구속됐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교육담당자는 경찰 조사에서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한샘의 사례처럼 직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 성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갑질 성범죄는 2012년 341건에서 지난해 545건으로 늘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도 같은 기간 134건에서 251건으로 급증했다. 직장 내 성범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탓이 크다. 미국에선 직장 내 성범죄가 발생하면 가해자뿐 아니라 기업에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물린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선 기업이 성범죄를 방치하면 형사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는 성범죄가 발생한 기업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 남녀고용평등법 등에 직장 내 성희롱을 내부 징계나 과태료 처분 대상으로 규정한 게 전부다.

직장 내 성범죄는 예방교육만으로 근절되기 어렵다. 피해자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기고, 남녀가 일터에서 조화롭게 일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릇된 남성중심의 기업문화가 온존하는 한 한샘 사태는 어디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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