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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과 함께 가을은 이사철입니다. 여기저기 사다리차로 이삿짐 옮기느라 분주하죠.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웃 중에 이사 와서 얼마 살지도 않고 다시 짐 싸서 다른 데로 옮겨가는 집도 보입니다. ‘새는 앉는 곳마다 깃이 떨어진다’고, 이사를 자주 다니면 그때마다 이사와 집 꾸미는 데 지출이 크고 살림살이도 쉬 망가집니다. 애초에 집을 신중하게 구했어야 옳았겠지요.

또 가을은 여름휴가 챙기고 새 직장 알아보며 이직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개중에는 현재의 직장으로 옮긴 지 채 일 년이 안 된 경우도 있습니다. 급여나 업무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맞지 않아 이직을 결심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직장 내 인간관계가 못마땅해서라고 합니다. ‘회사 보고 입사해 상사 보고 퇴사한다’는 말처럼, 겉만 봐선 모르고 겪어봐야 알 수 있으니 이런 이유 때문이라면 이직이 잦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속담에 ‘자주 옮겨 심는 나무 크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성급하고 참을성 없는 사람은 자연스레 얻을 것도 얻지 못한다는 말입니다(서양의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와 같은 속담입니다). 나무가 자라려면 흙 속의 양분을 빨아들여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는 것은 굵은 뿌리가 아니라 무수한 잔뿌리들입니다. 그런데 이제 막 한 자리에 뿌리내리려 하는 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자면 캐내는 과정에서 많은 잔뿌리를 잃게 됩니다. 새로 심긴 곳에서도 그곳의 토양에 맞춰 다시 애써 잔뿌리 내려 옳게 안착하는 2~3년은 나무의 성장도 멈춘다 합니다.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공감하는 ‘똑똑한 놈은 나가고 엉덩이 질긴 놈만 남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진득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전전하면 이력서에 실력과 경력, 관록의 이끼가 묻기 어렵습니다. 누구 싫어 나가지 말고 그 사람 나갈 때까지 버텨봅시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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