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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쌀 생산 조정정책으로 밭작물의 논 재배를 장려하고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올해에는 3만5000㏊의 논에 벼 대신 다른 밭작물 재배를 권장했다. 내년에 이를 5만㏊까지 확대하기 위해 1368억원의 예산도 편성했다. 내년부터 논에 벼 대신 콩을 심으면 ㏊당 2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타 작물의 논 재배면적을 보면 조사료를 제외한 밭작물 중에서 콩이 5261㏊로 가장 많았다. 앞으로도 콩의 논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생산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콩이 논 재배 적합 작물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많다. 습해에 다소 강한 편이고, 물관리만 잘한다면 밭 콩보다 논 콩의 생산성이 높다. 콩 파종부터 수확까지 생산 전 과정의 기계화 재배기술 개발로 평탄한 논에 적용 및 보급하기 용이하다.

콩을 수확하는 농부들. 연합뉴스

지난해 콩의 자급률은 약 25%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산 콩 자급률을 높이고 쌀 적정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논 콩 재배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유다. 또 콩을 두부, 장류, 콩나물 및 청국장으로 가공하는 업체 등의 국산콩 수요와 소비도 늘고 있다.

콩의 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생산 콩에 대한 품질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콩의 품질은 수확 후 처리기술과 기계화 시설에 크게 좌우된다. 우리나라는 일찍이 벼를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건조, 도정, 선별, 저장해 고품질 쌀을 유통하고 있다. 따라서 콩도 미곡종합처리장과 같은 콩종합처리시설(SPC)을 이용한 수확후 관리 방법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콩 가공업자들은 제품 품질을 높이기 위해 콩을 구매할 때 원료곡의 품질이 균일하고 좋은 것을 찾는다. 농가가 소득을 높이기 위해 재배 과정에서 수확량과 품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확한 콩의 관리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배경이다.

콩 수확 후 건조, 정선, 선별, 저장을 한다. 건조는 콩의 수분 함량을 낮춰 유통과 저장 중 품질 변화를 적게 해준다. 정선은 탈곡과정 중 콩깍지와 이물질 등을 제거하여 콩알만 남게 해준다. 선별은 보통 3개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덜 익은 콩과 깨진 콩을 걸러내고, 두 번째는 병에 걸려 콩에 다른 색깔이 있는 것을 제거하고, 세 번째는 크기를 일정하게 해줘 균일도를 높이는 것이다. 선별과정을 거친 콩은 판매를 하기 위해 저장된다. 건조부터 저장까지의 과정을 통해 품질을 높이는 것이 콩종합처리시설이다.

우리 현실은 어떨까. 농가들이 콩종합처리시설을 이용하기엔 역부족이다. 우선 개발돼야 할 종합처리시설의 단계별 표준화 기술들이 거의 없고 정밀한 모델조차 없다. 이는 설치 기업체가 가진 기계공학적 노하우에만 의존해 설치되고 작동하게 된 데 따른 것이다. 기업체가 가진 기술이 각각 달라 종합처리시설의 건조, 정선, 선별의 작업공정에 대한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제각각인 작업공정 기준으로 인한 피해는 콩종합처리시설 운영자와 농가가 받게 될 것은 뻔한 사실이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지원한 콩종합처리시설은 괴산 불정농협, 서문경농협, 북파주농협 등 3곳에 설치돼 운영 중이다. 소규모 콩종합처리시설은 농업법인, 작목반, 개인들이 운영하기도 한다. 앞으로 콩의 논 재배가 확대되고 콩 생산량과 수확 후 처리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콩종합처리시설이 더 많이 설치되기를 기대한다.

콩종합처리시설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고품질의 콩이 유통되게 하기 위해서는 콩 생산 및 처리 규모에 맞는 표준화 시설 모델과 처리 공정단계별 표준화 기술을 확립해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

<문윤만 | 한국콩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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