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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을 저지하기 위해 특정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을 알선했다는 서울시교육청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임 이사장 등 지도부가 공금을 유용·횡령한 정황도 포착됐다. 서울교육청은 1월31일 전·현직 지도부 5명을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한유총 법인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수사의뢰키로 했다. 한유총은 지난해 말 비리 사립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이후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 요구는 외면한 채 자신들의 재산과 권리만 챙기려는 후안무치로 비판받아왔다. 이제는 단체 운영의 비위 의혹까지 드러나며 법인 설립허가가 취소될 수도 있는 위기에 몰렸다. 미래 세대의 학습권을 볼모로 위법적 행태를 자행해왔다니 어처구니없다.

서울시교육청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검찰에 고발하고 수사 의뢰한 31일 서울 용산구 한유총 입주 건물 복도에서 한 사람이 전화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한유총은 전국 사립유치원의 70%가 넘는 3000여곳을 회원으로 둔 최대 유치원 단체다. 그러나 교육청 조사 결과를 보면 ‘적폐의 온상’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한유총은 지난해 11월 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 등 ‘유치원 3법’을 막기 위해 회원 3000여명이 속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의원 후원계좌를 올리고 ‘10만원가량 후원하라’며 독려했다고 한다. 한유총 법인과 지도부, 일부 회원들의 회계 부정도 다수 적발됐다. 회원들에게 한유총 회비를 교비회계에서 내도 된다고 안내했는데, 이는 학부모 부담 교육비는 유아교육에 직접 사용돼야 한다는 원칙을 어긴 것이다. 또 전 이사장과 전 지회장들이 ‘지회 육성비’ 명목의 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횡령한 정황이 드러났고, 물품 구매·용역 계약 과정에서 3억5400여만원어치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은 사실도 파악됐다.

검찰은 한유총과 관련된 모든 비위 의혹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로비를 시도하고, 학부모들이 부담한 교육비를 마구잡이로 전용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 한유총은 자신들의 잘못을 솔직히 털어놓고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해야 옳다. 명확한 해명이나 사과 없이 ‘법적 대응’ 운운해서는 시민의 시선만 더 싸늘해질 것이다. 교육청은 수사 결과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한유총의 법인 설립허가를 취소해야 마땅하다. 국회는 지난해 처리되지 못한 채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을 조속히 통과시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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