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어제 오전 9시16분께 울산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에서 폭발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협력업체 직원으로 그 가운데는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20대 취업 준비생도 있었다. 이들은 폐수처리장 저장조 상부에서 배관 작업을 하던 중 폐수 잔류 가스가 용접 불티와 접촉해 폭발하는 바람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이 또 후진적인 산업재해 사고를 낸 것이다. 애석하고 기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이나 질식 사고가 대기업 사업장에서 일상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2013년 3월 전남 여수 대림산업 사일로 폭발 사고에서 지난 1월 경기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질소가스 질식 사고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다. 지난 4월에도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질소 질식 사고로 3명이 사망했다. 어김없이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사고 발생 장소는 대기업 사업장, 사고 희생자는 하청업체 노동자, 사고 원인은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한화케미칼 측은 현장 주변의 인화성 가스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자들이 장구를 갖췄는지 등을 확인한 뒤 안전허가서를 발행했다고 하지만 제대로 했는지는 의문이다.



석유화학 공단은 폭발이나 질식 사고 우려가 높은 곳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고용노동부, 안전공단 등은 사고 예방을 위한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양이다. 그런데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이런 노력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게 분명해진다.

한국의 산업재해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산재 사망자만 연평균 2422명에 이른다. 산재 다발국이란 오명의 상당 부분은 대기업의 후진적 산재가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대기업은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방지책을 세운다고 하지만 시늉에 그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반복되는 사고에 속수무책인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이제 근본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사고 원인은 위험 외주화와 솜방망이 처벌에 있다. 정부는 유해·위험 업무의 사내하청을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원청 책임을 더욱 무겁게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다른 노동자가 희생되기 전에 서두르기 바란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