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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비정규직의 증가가 몰고 올 암울한 미래상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 29일 한국은행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제외한 생산가능인구가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2020년부터 취업자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정규· 비정규직 간 극심한 격차가 지속될 경우 청년층의 경제참여를 위축시켜 고용여건은 더욱 나빠진다고 진단했다.

30일 고용노동부의 상시고용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형태 공시 결과 발표도 이 한은의 경고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노동자 비율이 20%로 지난해보다 0.1%포인트 높아졌고 기간제 비율까지 합치면 대기업 노동자 10명 중 4명은 비정규직이었다. 기아차 모닝 생산공장이나 롯데 영등포역 백화점처럼 운영 인력이 100% 간접고용이지만 정규직이 워낙 적어 공시에서 제외된 기업까지 포함하면 이미 비정규직 비율은 절반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한은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급여는 49% 수준이다. 청년들의 구직 욕구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대로 가면 청년실업이 아니라 일시 취업과 해고를 반복하며 숙련 형성 기회에서 영구적으로 배제되는 ‘청년 낭인’의 문제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영화 <카트>의 실제 주인공들인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12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부의 대책을 반대하며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있다._경향DB

 


하지만 대기업들은 비정규직 비중을 낮추고 고용 안정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청년들의 취업 욕구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책임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녀세대에게 안정된 미래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며 청년실업 문제를 세대갈등의 문제로 접근했다. 기업의 책임은 외면한 것이다. 대한상의도 ‘청년실업 전망과 대책’ 보고서에서 20년 전 ‘대학정원 자율화’를 원망할 뿐 고학력 실업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의 노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사용자위원들은 시종 ‘최저임금을 동결하지 않으면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급기야 법정활동 마감시한인 지난 29일에는 최저임금을 시급·월급제로 병행 표기하자는 제안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회의를 거부했다.

인구고령화는 당장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저임·비정규직 남용은 막아야 한다. 이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고용지체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계속 대기업들의 ‘이기적 고용’에 끌려다닐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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