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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마침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칼을 뽑아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은 한국석유공사와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하고, 새누리당 국회의원 출신인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등을 출국금지했다고 한다. 성 회장은 친이명박계 인사여서 수사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앞서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방위사업 비리, 해외 자원개발 관련 배임·부실투자, 대기업의 비자금 조성·횡령을 척결해야 할 대표적 부정부패 유형으로 지목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책사업으로 추진한 자원외교 부실은 이미 드러난 규모만으로도 경악할 수준이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첫 표적은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이다. 석유공사와 경남기업 등이 참여한 한국컨소시엄은 2005~2009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에 3000억원가량을 투자했으나 전액 손실을 봤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정부로부터 350억원 이상의 ‘성공불융자’를 받고도 이 중 상당액을 자원개발에 투자하지 않고 빼돌린 혐의를 포착했다고 한다. 성공불융자란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민간기업에 자금을 저리에 빌려주는 제도이다. 사업이 실패할 경우 융자금을 전액 또는 일부 감면받고, 성공할 경우 융자금보다 많은 금액을 갚도록 돼 있다. 기업 입장에선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만약 경남기업의 성공불융자 횡령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민 혈세를 빼돌려 자기 뱃속을 채운 파렴치 범죄가 된다. 검찰은 경남기업은 물론 성공불융자를 받은 다른 기업에 대해서도 비리 혐의를 살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국회 자원외교국조특위 홍영표 야당 간사 등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의원들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해외 자원개발 현장 조사 등에 대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캄차카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대부분 ‘국제 호갱(호구+고객)’ 사업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외 자원개발은 리스크가 크고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치밀한 사전조사와 수익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를 ‘비즈니스’보다는 ‘국내정치용 이벤트’에 역점을 두고 접근했다. 그러니 실적을 내기는커녕 국가 재정에 막대한 손실만 끼치고 만 것이다. 투자에 실수나 실패는 있을 수 있지만, 부실과 비리는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수사가 몇몇 기업만 손보고 ‘꼬리 자르는’ 식으로 끝나선 안되는 이유다. 해외 자원개발의 표면적 주체는 에너지기업들이지만, 이들 뒤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무분별한 투자를 부추긴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마땅히 정책결정권자들의 책임도 낱낱이 따져 물어야 한다. 다만 정략적 의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지지율 회복을 위해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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