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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이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후 순항하고 있다. 10%대까지 떨어졌던 당 지지율은 30%대를 회복했고, 문 대표의 하루하루 일정에 언론도 몰리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은 “당에 구심이 생기니 분위기도 확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2·8 전당대회에서 대표에 당선된 후 한 달여간 문 대표의 생각, 그 생각을 표현한 말, 그 말을 실천한 발걸음은 경제와 통합이란 두 단어로 요약된다. 그는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하며 소득주도 성장론을 역설하고 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통합 행보도 계속하고 있다.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 주둔이 필요하다며 이념적으로도 중도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핵심 당직 인사에서는 친노를 배제했다.

문 대표는 수권정당으로서의 비전 제시를 통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 후 대표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다. 그런데 탈 없이 잘나가고 있는 문 대표를 보면서 “이렇게만 계속 가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리얼미터 조사를 봐도 상승세를 타던 당 지지율은 30%에 걸려 왔다 갔다 하고 있고, 문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은 2월 마지막주 27.0%까지 올랐다가 지난주에는 24.0%로 내려왔다. 잇따라 죽을 쑤면서 추락했던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되기 시작하면서 야당의 지지율 상승도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문 대표의 승부는 지금부터 시작될 것 같다. 통합하겠다고, 경제를 살리겠다고 하는 정치인을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과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대표하는 정당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좋은 말도 공허할 뿐이다. 유권자들은 야당이 만들어갈 나라를 그 당이 내세우는 공약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그 당의 지금 모습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다.

새정치연합 한 재선 의원은 말한다. “지금은 대표가 경제와 통합만 앞세우고 있으니 지켜보고 있지만 조금 더 지나면 변화와 혁신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당의 변화와 혁신 없이는 만년 2등만 하는 ‘30% 정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진단하는 사람이 내부에도 많아 보인다.

새 지도부가 들어섰지만 새정치연합의 매력을 추락시키는 고질적 문제는 잠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을 뿐 고쳐진 게 아니다. 눈살 찌푸리게 하는 계파 간 편나누기와 다리걸기, 당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살고보자는 2등 기득권 지키기 등은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 호남의 지지와 개혁성이란 자산이 지역주의나 개혁 모험주의로 끝나지 않게 성숙시켜야 한다. “제1야당으로서 속시원하게 쟁취한 게 뭐 하나라도 있느냐”는 비아냥도 여전하다.

다행히 문 대표도 전대 과정에서 통합과 혁신을 과제로 제시했다. 문제는 두 과제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전적 의미에서도 통합은 ‘둘 이상의 조직이나 기구 따위를 하나로 합침’을 말한다. 하지만 혁신의 의미는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당을 바꾸기 위해서는 그것이 문화든 정신이든 사람이든 혁신 대상과의 갈등이 불가피하고 ‘좋은 사람 문재인’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선후보 문재인에게 상처가 되더라도 과감하게 갈 길을 가는 게 당 대표 문재인의 역할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 경향DB)


모난 부분을 대충 툭툭 쳐서 둥그렇게 만들어놓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문 대표는 직장인들 일상 정치토론에서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이랑 거기서 거기이지만 보수정권이 영 싫을 땐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도찐개찐 정당’ ”이란 평가가 쏙 들어가게 당을 바꿔놓아야 한다. 가능할까. 지켜볼 일이지만, 최고위원들이 모두 자기 사람 심기를 요구하자 7명의 상근 부대변인을 무더기로 임명해버리는 방식의 위험회피형(risk averse) 리더십을 고집하는 한 그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박영환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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