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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3일 ‘건국 100년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외눈박이 역사 인식으로 쓸데없는 역사 논쟁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평창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의 전기로 만들자고 한 신년인사회 연설을 놓고서는 “심각한 문제를 후손에 떠넘기려는 친북좌파의 얄팍한 위선”이라며 현 정부를 친북좌파로 규정하기도 했다. 케케묵은 안보관과 저급한 색깔론 공세는 한때 그가 몸담았던 자유한국당 인사들과 오십보백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엊그제 초등학생이 평화 통일을 주제로 그린 그림으로 만든 달력을 놓고 “인공기가 은행 달력에 등장하는 세상이 됐다”고 해 장안의 웃음거리가 된 바 있다. 안보정당을 자임하는 보수정당의 대표가 초등학생보다 못한 대북관과 통일 비전을 갖고 있다는 게 부끄러울 뿐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 8월15일을 건국 시점으로 정하자는 보수 일각의 주장은 독립운동의 역사적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얄팍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을 무시하는 해괴한 발상이기도 하다. 유 대표는 지난해 11월 당 대표로 취임하며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철학도 정책도 없는 무능한 보수의 과거를 반성하고 진정한 보수의 길을 열겠다”고 했다. 그가 말한 새로운 보수의 길이 헌법 부정을 뜻한 건 아닐 것이다.

바른정당은 이제껏 정책이나 정강에서 한국당과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안보 현안에 대한 바른정당의 정부 비판은 색깔 공세였다. 사안별 정책공조로 존재감을 나타내려 했지만 오히려 대안 없이 정부·여당의 발목 잡는 데 한국당 2중대 역할만 했을 뿐이다. 그 결과 20석이었던 당은 현재 11석으로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다. 창당 전 17%에 달했던 지지율은 5%대까지 떨어졌다.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나선 것은 이런 현실에서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고민의 산물일 것이다. 양당의 통합을 논의하기 위한 통합추진협의체는 2월 내에 신설 합당 방식으로 통합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들은 정치변화와 개혁을 열망하는 ‘제3세력의 대통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두 당의 정체성 차이는 여전히 크다. 유 대표는 정치공학적 결합을 넘어 공통의 가치로 뭉치려면 좀 더 현실적인 안보정책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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