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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청와대에 초청되는 건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으로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 현안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1991년 이후 27년 만이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할머니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할머니들의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오찬에 앞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해 있는 김복동 할머니를 문병했다. 노환으로 오찬 참석이 어렵게 되자 직접 병원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의견을 들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함께 오찬을 한 뒤 이용수·안점순(앞줄 왼쪽부터) 할머니를 배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과 할머니들의 만남은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음을 천명한 지난달 28일 입장발표 이후 꼭 일주일 만이다. 하루 전 발표된 ‘위안부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 보고서’는 한·일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고, 문 대통령 역시 “피해 당사자와 국민이 배제된 정치적 합의였다는 점에서 매우 뼈아프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위안부 피해자 초청은 피해자 의사가 반영되지 않을 경우 사안의 근본해결이 어렵다는 ‘피해자 중심주의’ 철학에 서서 문제해결을 위한 첫걸음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8월 세월호 피해자 유족을 청와대 영빈관에 초청했을 때와 같이 대통령이 피해 당사자를 직접 만나 국가가 시민의 생명과 권익을 지키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이다. 국가의 지도자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위안부 문제는 한·일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매듭을 풀어야 했던 과제였다. 일본 시민단체인 ‘일·한협정문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모임’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1953년 수교협상 과정에서 한국 측 대표가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는 장면이 등장하지만, 전시하 여성인권에 대한 인식 부족 등 시대적 한계로 인해 묻혀 버렸다. 민주화 이후인 1991년에야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위안부였다는 역사적 증언을 하면서 진상규명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2018년을 맞아서도 미완으로 남아 있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한국 정부가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적극적인 외교노력을 했더라면 이처럼 역사적 정의가 미뤄지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청와대 방문이 진정한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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