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이 ‘자금 전달자’로 지목된 윤모씨와 접촉해 회유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상남도 산하 기관장인 ㄱ씨는 최근 윤씨에게 전화를 걸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받은 1억원을) 경선 캠프 살림 사는 데 썼다고 하면 안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씨가 이를 거절하자 ㄱ씨는 윤씨를 만나러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왔으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ㄱ씨 외에 또 다른 측근 인사도 윤씨를 만나 “홍 지사에게 직접 돈을 건네지는 않았다고 말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한다. 명백한 증거인멸 시도이다. 검찰은 언제까지 이런 행태를 수수방관할 텐가.

성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011년 홍 지사가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왔을 때 그 캠프에 있는 측근을 통해 1억원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캠프에 있는 측근’으로 지목된 윤씨는 “(성 전 회장이 돈을 줬다고) 말씀한 마당에 (내가) 틀리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금품 수수를 사실상 시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홍 지사 측근들이 나서 ‘배달사고’로 만들려고 한 정황이 짙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홍 지사의 인식이다. 홍 지사는 “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만났을 수는 있다”면서도 “회유 운운하는 것은 좀 과하다”고 말했다. ‘모래시계 검사’ 출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범죄 혐의를 받는 인사의 측근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를 만나 말을 맞추려 했는데, 이게 회유가 아니면 무엇인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2일 오전 경남도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문 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_ 연합뉴스


홍 지사에게 진실 고백을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격이라고 본다. 이제는 검찰이 나서야 한다.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 관계자 2명을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을 외부와 격리시켜 말맞추기 등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같은 이치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홍 지사 측 인사들도 즉각 소환해야 한다. 홍 지사 본인도 조사해야 함은 물론이다. 홍 지사는 측근들의 윤씨 접촉을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했으나, 사전에 지시하거나 인지하지 않았는지 규명이 필요하다.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못 본 척한다면 ‘리스트’ 수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수사가 부실하면 특별검사 재수사로 가게 된다는 것은 검찰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특별수사팀은 곁가지만 건드리지 말고 ‘리스트 8인’ 수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