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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성완종 리스트’ 관련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지 2주일이 넘었다. 구속·체포·소환된 인물 중심으로 수사상황을 요약해보자. 금품
공여자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 인사 2명은 구속됐다. 검찰은 두 사람이 성 전 회장 지시에 따라 일부 증거를
파기하거나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금품을 받았다는 여권 실세들은 어떻게 되고 있나.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음성파일과 ‘8인 리스트’가 적힌 메모가 실재하는데도, 구속·체포는커녕 소환된 사람 한 명 없다. 검찰은 “수사 논리와 일정대로
가고 있다”고 하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 사건 수사에서는 물증을 찾기가 어렵다. 돈이 대부분 현금으로 오고 가기 때문이다. 검찰이 성 전 회장 측근
수사에 집중해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터이다. 측근들의 신병을 확보한 뒤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있는지 추궁하려는
수사기법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돈 전달 시기·장소·방법 등이 상당 부분 특정된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수사를 미루는
점이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주변에선 핵심 증인을 회유하는 등 증거인멸까지 시도하고 있는
터다. 공여자 쪽 증거인멸은 처벌하면서, 수수 혐의자 쪽 증거인멸은 방치한다면 법집행의 형평성에 명백히 어긋난다. 검찰은 말로만
믿어달라고 할 게 아니라, 믿게끔 보여줘야 한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24일 도청 내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_ 연합뉴스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국민의 시선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자꾸 거명되는 것은 그런 맥락이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수사상황 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자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 지적했듯,
민정수석실에서 보고를 요구하면 장관이 거부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 더욱이 황 장관은 불법 정치자금 전반으로의 수사 확대를
거론하는 등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해온 터다. 김진태 검찰총장과 문무일 특별수사팀장이 독립적인 수사를 다짐했지만, 과연 그렇게
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황 장관과 우 수석이 검찰 수사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특별수사팀이 수사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기를 촉구한다. 타깃은 이미 사망해 ‘공소권 없음’ 대상이 된 성 전 회장이 아니라,
리스트에 오른 정권 실세들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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