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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도둑질 같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기습 배치는 이를 결정한 주체의 자격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그가 추진한 문제정책도 탄핵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게다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시민이 절반에 이르고, 사드 배치를 다음 정부로 넘기라는 대선후보가 다수 시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렇다면 사드 배치는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 임명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의 전권에 속하는 사항이 될 수 없다. 시민이 박근혜 정권에 위임한 주권을 회수한 만큼 황 대행이나 김 실장은 사드 배치를 강행할 자격이 없다. 더구나 10여일 후 새 대통령이 뽑힌다. 주권을 위임받을 새 대통령에게 결정권을 넘겨야 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 2017년 4월 27일 (출처: 경향신문DB)

시민의 뒤통수를 친 당사자들도 자신들의 행위에 정당성이 없음을 알고 있는지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 황 대행은 어제 긴급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엄정한 선거 관리와 남대서양 난파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수색 등을 당부하면서 사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김 실장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면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을 뿐이다.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임명직이 백악관의 지침만을 따른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권자인 시민들은 지금 차기 대통령이 결정할 사안이라던 사드 배치에 대해 미국이 왜 갑자기 방침을 바꾸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사이 중국은 또 한국산 화장품에 대해 무더기 통관 불합격 판정을 내렸다. 시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피해를 감수하게 됐다. 사드 배치는 시민과 대의기구인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할 사안이다. 일본 정부는 X밴드 레이더 기지를 배치할 때 11차례 주민설명회와 4차례 환경영향평가를 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임명직이 이 모든 것을 무시했다.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누구의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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