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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의 그림마당]2020년 4월 2일 (출처:경향신문DB)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텔레그램 n번방 관련 ‘호기심’ 발언에 대한 비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엊그제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호기심으로 n번방에 들어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 비난에 직면했다. 반인간적 성착취 범죄로 밝혀진 n번방 사건을 호기심 차원으로 바라보고, 호기심 핑계를 대는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의 4·15 총선 여성 후보 49명은 2일 “n번방에 가입한 26만명의 변호인인가”라며 황 대표의 발언을 규탄하고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황 대표는 “법리적 차원의 일반론적 답변”이라고 해명했다. 당에서는 “텔레그램과 암호화폐 기술을 이해하지 못한 실수”라며 거들었다. 하지만 ‘호기심’ 발언은 단순한 실언으로 지나칠 수 없다. 시민단체가 26만명으로 추산한 n번방 참여자는 그곳에서 성착취 불법촬영물이 다량 유포된다는 것을 익히 알고, 가상통화 등 입장료를 기꺼이 내기도 한 이들이다. 고의성 없이 호기심으로 들어갈 수 없다. 황 대표는 이런 사실을 잘 몰랐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분명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공개·처벌을 청하는 국민청원에 수백만명이 동의한 사실도 몰랐다고 할 것인가. 

지금도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n번방 피해자들의 마음을 전혀 헤아리지 못한 발언이라는 점에서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피해자 인격을 말살한 채 놀잇감 취급하며 조롱을 일삼은 가해자들을 호기심 가득한 구경꾼쯤으로 봤다니 어이가 없다. ‘나 말고도 많은데, 나는 구경만 할 뿐인데’라며 죄의식 없이 이용자로 가담한 가해자들이 n번방을 키워나간 주범이다. 그들은 제2, 제3의 n번방을 계속 청했고 입장료로 양분을 공급했다. 이런 면에서 ‘호기심’ 발언은 실언이 아니라 막말이다. 법무부 n번방 사건 태스크포스에 합류한 서지현 검사는 “호기심은 위험하다”며 “호기심에 그랬다는 범죄자는 ‘사이코패스’로 달리 판단한다”고 황 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황 대표는 이번 발언도 막말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민경욱 대변인의 ‘천렵질 논평’ 등이 막말 논란을 빚었을 때 “아무것이나 막말이라고 하는 그 말이 막말”이라고 했다. ‘호기심’ 발언이 막말인지 아닌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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