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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1000만~3000만원을 연 1.5%로 빌려주는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 신청이 전국 62곳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지역센터와 전국 기업은행, 14개 시중은행에서 1일부터 시작됐다. 소진공 센터에서만 실시해오던 소상공인 긴급 정책자금 대출이 신청 폭주로 ‘병목현상’이 빚어지자 창구를 기업은행과 시중은행으로 확대한 것이다. 하지만 소상공인 신청자 상당수가 새벽부터 줄을 섰다가 접수마감으로 허탕치며 돌아서는 일이 되풀이됐다.

서울지역 한 소진공 센터에서는 이날 오전 6시30분 현재 소상공인이 50명 넘게 대기했지만 이들 중 20명은 센터가 문을 열기도 전에 발길을 돌렸다고 한다. ‘당일 현장접수 선착순 30명’ 안에 들지 못했던 탓이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역센터를 찾았다가 허탕친 소상공인들의 항의가 종일 이어졌다는 보도도 나온다. 반면, 신용등급이 1~6등급으로 비교적 높은 소상공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의 대출창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정부는 소상공인 대출신청의 병목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소진공 지역센터의 대출신청 접수를 2부제로 운영토록 했지만 상황은 별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 소상공인들은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곳이 소진공 한 곳뿐이다. 하지만 소진공 직원은 전체 62개 센터에 600여명에 불과해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소상공인들이 매출 격감으로 가게 임대료조차 내기 어려운 상태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 고비를 넘기려면 급전이 필요한데 소진공 지역센터당 현장접수 여력이 30명 안팎에 불과하니 하루에 2000명이 채 안되는 이들만 대출신청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런 구조라면 저신용 소상공인들의 대출 병목현상이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추가 보완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무엇보다 신용이 낮은 소상공인들도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4개 시중은행들은 은행별로 수백개의 전국 지점망을 갖추고 있다. 6대 시중은행 점포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5300여개에 달한다. 소상공인들이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병목현상은 쉽게 해소될 것이다. 저신용 소상공인들이 우선 은행에서 시장금리로 대출을 받은 뒤 이자 차액을 정부가 대신 내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기존의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창의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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