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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27일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새로운 당 대표로 선출했다. 황 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갈 최고위원 5명도 뽑았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9개월 만에 정상체제를 갖추게 됐다. 황 대표는 앞으로 2년간 당내 계파 갈등을 해소하고 보수를 재편해 내년 총선에 대비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한국당 입당 한 달여 만에 제1야당의 대표 자리를 거머쥔 황 대표를 보는 시선은 착잡하다. 황 대표는 국정농단으로 탄핵된 박근혜 정부에서 2인자를 지낸 사람이다. 한데도 이제껏 제대로 된 사죄나 반성은 없었다. 폐족 위기에 몰렸던 친박계는 황 대표에게 줄을 서며 똘똘 뭉쳤다. 친박계의 후안무치와 이기주의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황 대표는 친박계를 대표할 가능성이 높아 ‘제2의 박근혜당’이 현실화할 공산이 커졌다. 황 대표의 취임이 친박세력 결집과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 주장으로 이어진다면 정치시계를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 될 것이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9년 2월 28일 (출처:경향신문DB)

한국당은 이번 전대에서 태극기세력으로 대표되는 강성보수에 사로잡혀 극우로 회귀하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5·18 망언’의 당사자인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에 선출된 건 대표적인 사례다. 참으로 개탄스럽다. 전대 내내 유례를 찾기 힘든 망언과 반민주적 퇴행이 지속되면서 극우세력의 준동은 예고됐지만, 우려는 현실화됐다. 황 대표 역시 탄핵 부정에 태블릿PC 조작설까지 제기하며 극단주의 세력에 추종했다. 개표 결과 황 대표는 당원들에서 55.3%를 득표한 반면 여론조사에선 37.7%로 중도 성향의 오세훈 후보(50.2%)에게 크게 밀렸다. 극우세력에 기대는 태도가 당내 지지층에선 환호를 받았을지 몰라도 시민들은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는 의미다. 민심과는 정반대의 길이다. 전대 결과는 예상대로 김병준 비대위체제에서 인적 청산도, 보수 혁신도 실패한 한국당이 탄핵 2년이 지나도록 하나도 달라진 게 없음을 확인시켜 줬을 뿐이다.

황 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맞서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치열한 전투를 시작하겠다”고 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야당의 합리적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시민들이 바라는 건 ‘전투’가 아니라 비판할 때는 비판하더라도 협조할 것은 과감하게 협조하는 새로운 야당의 모습이다. 새 지도부가 당을 살리는 길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보수의 새 가치와 비전을 바탕으로 건강한 보수로 거듭 나 정부를 견제하는 것 외에 대안이 없다. 그러자면 극단적 우경화로 치닫는 당심(黨心)보다는 합리적 민심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극우에 끌려가서는 내년 총선은 물론 수권정당의 꿈도 영영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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