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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감사원장부터 22대 양건 감사원장까지 헌법이 정한 4년 임기를 채운 감사원장은 7명뿐이다. 얼마나 감사원장이 정치바람에 휘둘렸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 정부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보장”을 약속했던 양건 감사원장이 1년7개월의 임기를 남겨두고 사퇴했다. 청와대의 감사위원 인사개입,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둘러싼 정치적 외압 등이 배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제기된 감사원의 독립성 문제가 진행형임을 증거하는 것이다.


감사원은 정부의 예산 집행 적정성을 검증하는 회계검사,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위법·비위를 따지는 직무감찰의 권한을 가진 최고 사정기관이다. 감사원의 생명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이다. 감사원을 헌법기관으로 두고, 헌법이 감사원장 임기를 4년으로 명시한 것도 그 독립성을 보장키 위한 것이다. 감사원이 권력에 좌고우면하면 정부 예산 집행의 난맥이 제어되지 못하고, 공직 기강은 나락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의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4대강 사업의 폭주와 부실, 원전비리 등은 통제·예방될 수 있었을 것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추는 ‘해바라기 감사’가 어떠한 폐해를 가져오는지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서류보는 감사원장 후보자 (출처 :경향DB)


어제 실시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켜내면서 추상같이 직무를 수행할 의지와 자질, 도덕성을 검증하는 자리여야 했다. 우선 도덕성 문제와 관련해 두 차례에 걸친 위장전입과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재직 시절 대학원 박사과정 편법 수강, 병역 기피, 장남 재산신고 축소 등 적잖은 의혹들이 제기됐다. 조각 당시 낙마한 고위공직 후보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성이 덜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최고 사정기관인 감사원을 이끌 수장으로서 요구되는 높은 도덕성에 비춰보면 가볍지 않다. 특히 명백한 불법인 두 차례의 위장전입에 대해 “자녀 출산을 위해” 등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일관한 것은 문제다. 황 후보자는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켜낼 의지와 철학을 분명히 보여주지 못했다. 황 후보자는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문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감사원의 역할에 대해 “적절치 않다”거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앞서 황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5·16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역사적 사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군사정변으로 기술된 5·16 평가마저 회피하는 감사원장 후보자가 과연 권력으로부터 감사원의 독립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는 오늘 이틀째 청문회에서 미진한 도덕성과 자질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을 거쳐 황 후보자의 감사원장으로서 적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켜낼 자질, 감사원장으로서 지녀야 할 도덕성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고 넘어가면 또다시 ‘정치 감사원’의 불행한 전철을 밟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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