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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이완구 총리 사표를 수리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연루된 이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지 일주일 만이다. 부정부패 문제로 이 총리가 취임 70일 만에 낙마함에 따라, 출범 2년여밖에 안된 정부에서 여섯 번째 총리를 찾아야 하는 기막힌 광경이 벌어지게 됐다. ‘총리 부재’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총리직을 대행하는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도 최소 한달 이상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가타부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완구 사태’로 빚어진 나라의 혼란과 국정의 난맥에 대해 임명권자로서 응당 사과부터 했어야 마땅하다.

이제 국정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새 총리 인선이다. 박 대통령은 새 총리 인선을 국정의 혼선을 수습하고 정권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찾아야 한다. 도덕성이 새 총리 인선의 최우선 기준이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박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후보자 5명 가운데 3명은 청문회에 서 보기도 전에 낙마했고, 한 명은 ‘최단명 총리’란 불명예 기록을 남겼다. 거듭된 ‘총리 인사 실패’가 낡은 수첩에 얽매여 내 사람을 고집해 도덕성 기준을 무시·간과하면서 빚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만일 이번에도 총리 후보자가 도덕성에 걸려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진퇴 논란에 휩싸이고 낙마 지경에 몰리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면 박 대통령은 심각한 레임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완구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갖고 황교안 법무장관과 어색한 조우를 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는 고 성완종 회장 리스트에 오르며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출처 : 경향DB)


그렇다고 인사청문회 통과만을 우선해 현직 각료나 친박계 정치인 등을 물색하는 것은 또 다른 실패를 예비하는 길이기 십상이다. 다분히 정치공학의 산물인 특정 지역 총리론도 마찬가지다. 둘 다 ‘이완구 총리 실패’가 보여주는 바다. 인사청문회 관문을 걱정하지 않고, 도덕성과 통합·소통 마인드 등 현 상황에서 요구되는 총리 자질을 갖춘 인물을 찾으려면 인재 폭을 넓혀야 한다. 박 대통령이 ‘수첩’ 밖으로 나와서, ‘진영’의 틀을 벗어나 폭넓게 사람을 구하는 변화를 보여야 한다. 필요하다면 야권에도 총리후보자 천거를 요청하는 등 발상의 전환도 불사해야 한다. 이번 총리 지명 결과가 박 대통령의 변화 여부를 판단하고, 남은 임기의 성패를 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더 이상 박 대통령에게 실패의 교훈을 학습할 기회는 남아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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